[뉴스토마토 문지훈·백아란 기자] 작년 호황기를 보낸 은행권이 올해는 경영 초점을 '관리모드'에 맞췄다. 작년의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는 호재보다는 거시경제 환경과 강화된 규제, 기존보다 더 치열해질 경쟁환경 등 리스크 요인이 더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은행권은 작년 가파른 대출 증가세에 힘입어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일반은행의 작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8조4000억원으로 지난 2017년 3분기 누적 순익 7조4000억원보다 13.5%(1조원) 증가했다.
특히 국민은행을 비롯해 KEB하나은행,
우리은행(000030), 농협은행 등이 모두 출범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작년보다 17%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연구원이 추정한 작년 국내 은행 당기순이익 규모는 11조8000억원으로 올해에는 이보다 16.9%(2조원) 감소한 9조8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은행권이 올해에도 좋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작년 실적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기저효과로 소폭 감소할 수도 있다"며 "금리나 경기 등도 개설될 기미가 크게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실제 은행권은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등의 거시경제 환경과 가계대출 규제, 경쟁 심화 등의 '3중고'에 처했다.
이들 리스크 요인 중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지목되는 것은 금리 인상과 내수경기 둔화다. 통상 금리가 오를 경우 은행들의 수익성도 개선되지만 가계부채가 1500조원을 넘어선 만큼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차주의 부실이 증가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실제 국내 은행의 작년 10월 말 현재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은 0.27%로 작년 말보다 0.04%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금리 인상으로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차주에 대한 대출 부실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3곳 이상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저신용자(7~10등급) 또는 저소득자(하위 30%) 등 취약차주의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작년 3분기 말 현재 259.6%로 전체 차주 215.7%를 상회하고 있다. 2017년 말 245.9%와 비교해도 13.7%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에서는 작년 11월30일 한국 기준금리가 연 1.5%에서 1.75%로 상승해 가계의 이자부담이 2조5000억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내수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등도 은행권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내수경기 둔화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등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기업대출 증가가 불가피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우량 중소·중견기업 유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올해 은행권은 기회보다 리스크 요인이 더 많은 것 같다"며 "거시적으로 보면 금리인상과 미·중 무역전쟁 등 경기 불안 요소가 있고 내수경기 둔화와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은행권 경쟁구도 역시 또 한차례 대변화를 앞두고 있다. 오는 11일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출범하면서 5대 금융지주 체제가 개막하는 데다 지난 2017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이어 추가 탄생도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5월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할 예비인가 사업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올해 주요 경영목표로 설정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을 기존보다 높이기로 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부실 위험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선별적인 여신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은행마다 최근 추진하기 시작한 디지털 전환 작업을 발판으로 디지털금융을 기회요인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실장은 "디지털금융은 은행권에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며 "디지털 중심의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조직을 구축하고 핀테크 협업 등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 출범 등으로 진입장벽 규제가 낮아졌으나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인프라 등을 감안했을 때 기존 은행권에 위협이 될 만한 규모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고객이 은행 대출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뉴시스
문지훈·백아란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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