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나면서 수소전기차(FCEV) 분야 '퍼스트무버'로 자리매김하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행보가 탄력을 받고 있다.
정부는 17일 울산시청에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는 수소전기차 누적 생산량을 지난해 2000대에서 2040년 620만대(내수 290만대·수출 330만대)로 확대하고 수소충전소도 같은 기간 14개에서 12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2040년까지 수소택시 8만대, 수소버스 4만대, 수소트럭 3만대 보급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가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현대차그룹도 보다 적극적인 수소전기차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609km로 토요타 '미라이'(502km), 혼다 '클래리티'(589km)에 비해 앞서있다.
정부가 17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등이 수전해키트를 관람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11일 현대모비스 충주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 기공식에서 'FCEV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오는 2030년까지 7조6000억원을 투자해 국내에서 연 50만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이 약 200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중 25%의 글로벌 점유율을 차지해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우선 현대차그룹은 협력사와 함께 연간 3000대 규모인 수소전기차 생산 능력을 내년 약 4배 수준인 1만1000대로 확대하기 위해 3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하고 1300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할 계획이다. 또한 넥쏘 증산과 연계해 투자를 확대하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올해 최대 44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국내 50만대 수소전기차 생산체제가 현실화될 경우 연간 경제효과는 약 25조원, 간접 고용을 포함한 취업유발 효과는 약 22만명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수소전기차의 부품 국산화율이 99%에 달해 이 분야가 활성화될수록 연관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도 크다"면서 "머지 않아 다가올 수소경제라는 신산업 분야의 '퍼스트 무버'로 수소사회를 선도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수소충전소 1기를 설립하는데 20억~30억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대차그룹 단독으로 인프라 확충에 나서기는 불가능하다"면서 "일본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현대차도 한 숨 돌렸고, 우리나라가 수소전기차라는 블루오션을 주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11일 'FCEV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사진/현대차그룹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은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로드맵 발표 전 정 부회장 등과 함께 수소전기차 전시 모형을 관람했다.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 자리에서도 정 부회장이 "요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며,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수소전기차에 향후 4년간 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최악의 미세먼지가 계속되고 있는데 수소전기차, 수소버스는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기능이 있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14일 프랑스 순방 일정 중 넥쏘를 시승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의 지원 방안이 실현되려면 구체적인 내용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영석 선문대 교수는 "정부가 정책적 의지를 표현했지만 이번 로드맵은 자칫 숫자 나열에 그칠 수 있다"면서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는 세부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시장에 '미라이', '클래버리' 등 일본 수소전기차의 진출을 허용해 관련 시장을 확대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14일(현지시간) 프랑스 순방 일정 중 넥쏘를 시승했다. 사진/청와대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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