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편의점 미니스톱의 공개 매각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국내 편의점 시장은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와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의 양강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 규약으로 출점이 어려워진 상황으로 기존 점포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가맹점 재계약을 두고 앞으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28일 한국미니스톱에 따르면 심관섭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열린 회의에서 매각이 무산된 사실을 언급했다. 심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내 파트너사를 찾았지만,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미니스톱은 오는 29일 매각 무산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롯데그룹(세븐일레븐)과 신세계그룹(이마트24), 사모펀드 운용사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등 3곳은 지난해 11월 한국미니스톱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중 롯데그룹이 4000억원 중반대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장 유력한 인수 기업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본 입찰 후 두 달째로 접어든 이달까지 인수 대상자가 결정되지 않으면서 매각이 철회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더구나 지난해 12월4일 편의점업계 가맹본부 6곳이 근접 출점을 지양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율 규약을 선포해 앞으로는 추가 출점으로 가맹점을 늘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되면서 한국미니스톱의 몸값만 더 높아진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이번 매각 무산은 한국미니스톱의 최대 주주인 일본 이온그룹이 만족할 만한 인수 가격과 차이가 있었던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번 한국미니스톱 매각이 무산되면서 지난해 말 점포 수 기준 CU(1만3169개)와 GS25(1만3107개)의 양강 체제도 그대로 유지됐다. 세븐일레븐(9555개)과 이마트24(3546개)가 한국미니스톱(2500개)을 인수해 업계의 판도를 바꾸려 했던 시도도 미뤄지게 됐다.
한국미니스톱 인수가 업계의 관심사였던 만큼 매각 무산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계약 만료를 앞둔 가맹점의 전환을 유도하려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올해와 내년 계약이 만료되는 점포는 3000여개로 추산된다. 반대로 편의점 시장이 어느 정도 안착했으므로 무리한 경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매각과 상관없이 편의점 사업 환경은 자율 규약 등으로 점차 악화하고 있다"라며 "그렇다 보니 가맹점 전환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미니스톱 매각 무산으로 기존 모든 편의점 점포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맹점 전환 경쟁이)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지만, 기존 점포 간 거리가 있으므로 쉬운 것은 아니다"라며 "가맹점주를 회유하려면 이른바 당근을 더 줘야 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점포 수를 늘리는 것이 필요했으니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가 입찰에도 참여했겠지만,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는 한 당분간 현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민들이 지난해 11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미니스톱 편의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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