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지검장님, 검찰 내 조직범죄 수사, 검찰 살리는 일 아닙니까?"
임은정 검사, '여검사 강제추행' 은폐의혹 관련 서울중앙지검장 상대 행정소송
2019-01-30 10:07:52 2019-01-30 10:42:21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후배 여검사를 성폭행한 전 검사에 대한 이른바 ‘봐주기 의혹’ 사건 관련해, 김진태 전 검찰총장 등을 고발한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검사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부장검사는 고발인 조사에서 작성된 자신의 진술 조서 등사를 거부한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등사거부처분을 취소하라”며 전날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 부장검사는 이날 자신의 SNS에서 “당시 몇시간에 걸쳐 오고간 질문과 답변이 몇장의 조서로 압축되는 과정에서 중요 답변이 누락될 수 있고, 이런 경우 진술서를 추가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진술조서 등사 신청을 했지만 불허됐다”고 밝혔다.  
 
후배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검사 진모(오른쪽에서 두 번째) 씨가 지난해 3월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는 “민정수석으로서 감찰 직무를 유기한 우병우, 법원행정처 차장으로서 건설업자로부터 접대를 받은 문모 판사의 비위를 보고 받고도 징계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직무유기로 이미 구속 기소됐다”면서 “그러나 그들을 구속 기소한 서울중앙지검은 정작 검찰 내부 범죄를 은폐한 전직 검찰총장 등의 직무유기 사건은 방치하며, 고발인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조차 저에게 보장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부장검사는 이어 “사법농단에 대한 수사는 법원을 살리기 위한 수사라고 윤 검사장님이 천명했습니다. 검찰의 조직적 범죄에 대한 수사는 검찰을 살리기 위한 수사가 아닐까요?”라면서 “공수처 도입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드러내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보고 있으려니, 검찰의 진정한 바로서기가 언제쯤 가능할지… 막막하여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진모 전 검사는 서울남부지검에서 일하던 지난 2015년 회식 자리에서 술 취한 후배검사를 성추행했다. 이 범행사실은 매우 중했으나 당시 검찰은 감찰을 진행하고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 ‘본인이 반성하는 마음에서 사직하기로 했다’는 등의 이유로 아무런 조치 없이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후 진씨는 검찰을 나와 변호사로 등록하려 했으나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거부하자 대기업 법무팀 임원으로 들어갔다.
 
조희진 전 검사장이 이끌던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조사단'이 지난해 4월 뒤늦게 진씨를 강제추행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임 부장검사는 그 한달 뒤인 지난해 5월 당시 검찰 감찰라인 책임자였던 김진태 검찰총장, 김수남 대검 차장, 이모 감찰본부장, 장모 감찰1과장과 진씨가 소속됐던 검찰청의 오모 남부지검장, 김모 부장검사 등을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정문성)는 지난 11일 진씨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 40시간 및 취업제한 3년을 명했다. 그러나 “증거 인멸이나 도망갈 염려가 없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 보장이 필요하다”며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임 부장검사가 전 검찰 수뇌부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남우)는 고발장 접수 후 6개월이나 지난 지난해 11월22일에서야 임 부장검사를 처음 불러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이후 이렇다 할 수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임 부장검사의 진술조서 등사를 거부한 이유는 이를 공개할 경우 사건 관계인의 사생활 비밀 보호와 안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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