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정부 2기 청와대의 기강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5060 아세안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사표를 이례적으로 하루 만에 전격 수리했는데, 그 과정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당초 청와대 내부에서는 김 전 보좌관이 부적절한 말실수는 했지만, 거취를 고민할 사안까지는 아니라는 기류가 강했다. 김 전 보좌관이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에서 차지하는 비중, 사람을 쉽게 바꾸지 않고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는 문 대통령의 인사스타일도 그러한 추측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류를 뒤집은 것이 노영민 실장이었다는 후문이다. 노 실장이 '설 연휴 전 더 여론이 악화되기 전에 결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표 수리를 강력 건의했고, 문 대통령이 고심 끝에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차분하고 진지한 성격의 노 실장이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내부 위계질서가 잡히고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임 임종석 전 실장의 경우 활발하고 원만한 성격으로 청와대 조직을 민주적으로 이끌었지만, 임기 막판 불거진 '특별감찰반원 폭로' 등 조직기강 해이논란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노 실장은 취임 초부터 비서진에게 '춘풍추상'(남을 대할 때는 부드럽게, 자신을 대할 때는 엄격하게 해야 한다)을 강조하며 내부 기강잡기에 나섰다. 또 직원들에게 "개인 SNS를 통해 사적이고 개별적인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지시하고, 대언론 소통창구는 김의겸 대변인 등 '대변인단'으로 통일했다. 이는 '비서는 입이 없다'는 노 실장의 평소 철학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노 실장이 추구하는 '절제와 규율의 청와대'는 2기 비서진 개편으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21일 김영배 전 정책조정비서관을 민정비서관으로 선임하는 등 비서관급 4명의 전보인사가 단행됐다. 또 현재 공석인 고용노동비서관, 과학기술보좌관 등에 대한 인사 검증도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영민 비서실장, 이낙연 국무총리와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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