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현대자동차가 광주형 일자리 공장을 통해 출시하는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를 위해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차시장 규모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정된 시장을 빼앗기 위한 경쟁보다 경차 수요가 있는 지역과 국가를 공략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통해 생산된 SUV 경차가 이르면 오는 2021년이면 판매에 들어갈 전망이다. 광주광역시와 현대차 등이 투자한 민관 합작법인은 연산 10만대 규모의 1000cc 미만급 경형 SUV를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 2002년 경차 아토스가 단종된 이후 국내 경차시장에 신차를 출시하지 않았다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통해 재진출한다.
광주형 일자리 협약식이 지난달 31일 광주시청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이용섭 광주시장, 이원희 현대차 대표,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의장과 손을 잡은 모습. 사진/뉴시스
우려스러운 대목은 사업성이다. 경차시장 내수 규모는 지난해 12만여대로 줄었다. 광주형 일자리 공장이 가동후 첫 5년간은 연간 7만대 정도를 생산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정도 물량이면 기존에 판매중인 경차와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 국내 대표적인 경차 모델은 기아자동차의 모닝과 한국지엠의 스파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국내시장 경승용차 산업수요’ 통계를 보면 모닝 판매는 지난해 5만9042대로 전년 대비 7만438대보다 16.2% 감소했고, 스파크는 4만7244대에서 3만9868대로 15.6% 판매량이 줄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단 위주의 경차 판매는 감소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SUV 모델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차를 통해 경형 SUV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 경차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고 하더라도 소형·준중형 자동차 시장과 중첩되어 대체수요만 있을 뿐 전체적인 자동차 시장을 키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공장 건설이 본격화 되는 즉시 차량 개발, 생산 안정화와 더불어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국내 경차 비중은 7%대에 불과하지만, 일본의 경우 경차는 전체 시장 점유율의 37%에 달한다. 유럽도 평균 경차 비중이 50%에 이르고, 이탈리아는 60%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수 대비 경차의 수출량도 8분기 연속 증가하며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완성차의 경차 수출액은 6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3.2% 늘어나면서 8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망 이외에도 종합무역상사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장을 개척한다면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모닝과 스파크가 내수시장에서는 판매가 줄어든 반면 수출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SUV 경차의 해외시장 개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경차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단 지적도 있다. 박재용 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는 “국내 소비자 취향이 바뀌면서 경차 판매가 감소하는 측면도 있지만 경차 구매 혜택이 크지 않은 점도 경차시장이 줄어드는 이유”라며 “정부의 세제 혜택과 지원 등이 친환경차 위주이다 보니 경차의 장점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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