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지난해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발표된 이후 개혁 추진은 검찰과 경찰이 전형적으로 나서면서, 일부 분야에서는 상당한 진척이 있다. 그러나 유독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지난해 7월 출범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별다른 성과 없이 올해 6월까지로 활동기간만 연장된 상태다. 공수처 설치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어, 지난해 사개특위의 한국당 의원을 선임하는 데에만 90여일을 보냈다.
공수처 설치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지난 1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검찰.경찰개혁소위원회 회의에서 오신환 소위원장과 한국당 이철규 의원이 심각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야·검찰까지 안 제출
더불어민주당은 송기헌 사개특위 위원의 공수처 안을 중심으로 사개특위 논의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송 의원은 지난 11월 검사와 수사관 규모를 각각 25인·30인 이내로 하는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등도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3월 공수처 도입을 수용하는 입장을 밝힌 뒤 공수처 법무부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이 본회의에 회부되려면 법안 심사를 해야 하는데, 여야 전원 합의가 전제된다. 한국당은 공수처 법안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인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한국당의 여상규 의원이라 법안 처리가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당에서는 오래 전부터 청와대 특별감찰관 제도와 상설특검법이 공수처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개특위 한국당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청와대 특별감찰관 제도나 상설특검법 등 기존 법을 활용하면 된다”며 “대통령 직속의 사정기관인 공수처는 옥상옥”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검, 정치적 오용·특감, 권력비리 은폐
그러나 야당이 주장하는 상설특검법안과 특별감찰관법안은 2014년에 통과됐지만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상설특검의 전신 격인 지금의 특검제도는 태생부터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자칫 정치적 흉기로 오용될 수 있다. 최근 드루킹 사건으로 특검 수사를 받아 법정구속된 김경수 지사의 경우가 단적인 예다. 게다가 법무부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의 경우 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발동이 어려운 점이 문제다.
청와대 특별감찰관 제도는 박근혜 정부의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인 민정수석실과 기능이 상당부분 겹친다. 그런만큼 청와대 내 알력이나 업무 혼선이 잦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전 정부에서, 이석수 변호사가 초대 감찰관에 2014년 임명됐으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개입해당시 감찰내용을 외부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임기 절반만을 채우고 하차했다.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17일 이를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정권 당시 대통령 측근을 감찰하던 특별감찰관은 쫓겨났다”며 “특검 또한 일이 터져야 특검을 임명하는 사후약방문이라 신속히 대통령 비리에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사권 조정과 함께 검토" 지적도
공수처 설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최근 “정부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전부 가진 기관으로 공수처를 설계하고 있는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가 검찰개혁의 핵심이고 대통령 공약"이라며 "새로운 기관을 만들어 그 기관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준다면 모순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전 임원인 한 중견 변호사는 "옥상옥이니, 기관간 권한충돌이니 하는 지적은 이미 논의 초기부터 반복되어왔다. 그러는 동안 국회 본회의를 거쳐 도입을 했다면, 이미 공수처는 안정궤도에 올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찬운 교수도 “공수처 내 수사와 기소는 분리가 안되니 검경 수사권 조정이 제대로 되면 공수처 자체가 또 이상해져 검경수사권 조정만 잘된다면 공수처가 불필요하다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검경수사권 조정이 어려워지고 있으니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작은 검찰청으로 볼 수 있는 공수처를 만들어야 하는게 우선적인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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