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7일 정상회담 전 행보는 선명히 대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정상과 만나는 등 활발하게 대외 공식일정을 소화한 반면, 김 위원장은 숙소에만 머물며 회담 준비에만 몰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현지시간) 하노이 주석궁에서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확대 양자회담을 했다. 오후에는 정부청사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회담과 업무오찬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쫑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정말로 특별한 무언가 있다. 나는 어젯밤에 에어포스원에서 내려 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공사 중인 모든 건물을 봤고 베트남이 얼마나 번영하는지를 봤다"고 말했다. 1990년대 들어 미국과 동반자관계로 전환하며 경제 번영을 이룩하고 있는 베트남을 예로 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비핵화를 통한 경제발전의 길을 갈 것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중요하게도 우리는 오늘 밤 김 위원장과 '매우 큰 만찬'과 회담을 갖는다"며 "우리 두 사람(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베트남에서 이렇게 중요한 정상회담을 갖는데 대해 좋게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대신해, (정상회담을) 주최해준 것과 앞으로 일어날 좋은 일들에 대해 (베트남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쫑 주석은 "베트남은 이 특별한 회담의 성공을 위한 최적의 여건을 만들기 위해 모든 준비를 해왔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베트남 방문과 이날 체결된 양국 간 무역관련 협정을 언급하며 "무역협정 서명으로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김 위원장은 회담 전까지 별다른 외부일정을 잡지 않았다. 숙소에 머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전략을 막판까지 가다듬은 것으로 보인다. 대신 오수용 노동당 경제담당 부위원장과 리수용 외교담당 부위원장, 김평해 인사담당 부위원장 등 10여명의 수행원들이 베트남 북부 최대 항구도시 하이퐁을 찾아 경제시찰에 나섰다. 외국인 투자기업이 대거 몰려있는 하이퐁은 베트남 경제발전을 선도하는 지역 중 하나로 '도이머이(쇄신)' 개혁·개방정책을 상징하는 곳이다. 정상회담 장소로 베트남이 정해진 후 북측 관계자들이 이곳을 찾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오늘 윁남(베트남)당과 정부는 당의 영도적 역할을 높이고 사회주의정권을 튼튼히 다지는 것과 함께 경제발전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동신문은 '경제발전에 힘을 넣고있는 베트남' 기사에서 "베트남의 경제발전 잠재력은 크다"며 "오늘 베트남에서는 농업에 치우쳐있는 경제의 편파성을 극복하고 다방면적인 공업구조를 완비하기 위한 사업이 힘있게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이 북한의 경제발전 롤모델이 될 수 있음을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퐁 시찰 전 북한 수행원들은 베트남 유명 관광지인 하롱베이도 찾았다. 하롱베이는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개발 등을 통해 관광산업을 경제발전의 또다른 동력으로 삼으려는 북한 당국에게 참고할 만한 장소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3월1~2일 베트남을 공식 친선방문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 주석·총리와의 정상회담 외에 베트남의 경제발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를 찾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27일(현지시간) 하노이 정부청사에서 열린 회담 전 상대국 국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노이 =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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