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북미 협상) 중재안을 마련하기 전에 보다 더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중재노력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지금까지 어렵게 여기까지 왔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미 모두 대화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인내심을 갖고 우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라고 독려했다. 문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것은 취임 후 8번째로, 지난해 6월14일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직후에 이어 약 9개월 만이다. 회의는 약 100분간 진행됐고 강경화 외교·정경두 국방·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2차 북미회담 평가 및 대응방안 보고에 이어 관련 토론이 이어졌다.
외교부는 북미 간 대화 재개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남북미 민관이 함께하는 '1.5트랙' 협의를 추진하고,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과 협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북미 간 연락사무소, 종전선언 등은 사실상 합의에 이르렀다고 설명하면서 "북미 핵심쟁점이 '영변 플러스 알파' 대 '제재 해제'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면서 "앞으로 북미 간 협상이 재개될 때 이게 핵심 관건이고 여기서부터 향후 협상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방부는 북한과 3월 안에 남북 군사회담을 통해 9·19 군사합의 이행방안을 마련키로 했으며, 통일부는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미국과 협의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북한 영변 핵 시설 완전 폐기 △대북 경제 제재 해제 △북한 내 미국 연락사무소 설치 등이 논의된 점을 언급하고 "결과는 매우 아쉽지만, 그동안 북미 양국이 대화를 통해 이룬 매우 중요한 성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북한 핵시설의 근간인 영변 핵시설이 미국의 참관과 검증 하에 영구히 폐기되는 것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다"면서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진행 과정에 있어서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 '플러스 알파'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영변 폐기만 언급한 건 영변 폐기 만으로도 이미 진행한 비핵화 절차를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국이 회담에서 북측에 요구한 '플러스 알파'에 대해 김의겸 대변인은 "특정시설을 가리키는지, 영변에서 나아가 대량살상무기(WMD) 등에 대한 조치를 포함한 포괄적인 것을 요구하는지 의미가 정확하지 않다"면서도 "전자라 해도 한미 정보당국이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완벽하게 내용을 정확하게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도 한미 정보당국이 시설에 대해 다 알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 참석하여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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