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전현직 법관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는 5일 이 전 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임성근·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조의연·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공무상비밀누설죄 등으로 불구속기소하고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법관 총 66명에 대한 비위사실을 증거자료와 함께 대법원에 비위 통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실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공모한 뒤 지난 2016년 3월 서울고법 통진당 국회의원 행정소송 항소심 재판장을 직접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실장은 재판장에게 '통진당 국회의원 사건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간의 권한 분쟁적 성격이 있어 법원행정처에서 검토한 것이 있으니 참고해서 판단해 달라'고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법과 양심에 따른 법관의 독립된 재판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 법관 연구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인사모 활동을 저지하고 와해시킬 목적으로 2016년 3월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와해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이 전 실장의 지시를 받은 심의관은 '연구회 중복가입 해소조치가 실질적인 제재 수단으로서, 시행 시 위축효과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 수를 431명에서 204명으로 축소시켜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구체적탄압 방안을 강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상임위원은 양 전 대법원장 등과 공모해 헌법재판소에 통진당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것을 계기로 헌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헌재의 위상이 강화되자 견제할 목적으로 파견 법관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헌재 견제 업무를 기획한 혐의 등을 받는다.
임 전 형사수석판사는 2015년 3월, 가토 타쓰야 산케이신문 한국지국 국장이 칼럼을 통해 '정윤회 의혹'을 거론하며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비판한 사건에 개입한 혐의다. 그는 청와대와 이 사건에 대해 논의 중이던 임 전 차장으로부터 '가토 타쓰야가 게재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에 관한 기사가 허위라는 점이 확인되면 판결 선고 전이라도 기사의 허위성을 밝혀 달라'고 요구받았다. 이후 담당 재판장에게 재판 진행 중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중간판결적 판단을 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향후 재판과정에서는 '공공의 이익과 비방 목적 유무'에 변론을 집중하도록 해 담당 재판장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
신 전 형사수석판사는 지난 2016년 4월 '정운호 게이트'가 법관 비리 사건으로 비화되자 법원행정처와의 협의 하에 법원행정처에 직무상 지득한 수사기밀을 제공하고 법관 비리 수사 확대를 저지한 혐의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그는 당시 성창호·조의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에게 법원행정처의 수사기밀 수집·보고 지시를 전달하면서 ‘법원에 접수된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에서 법관 관련 내용을 상세히 보고해 주고, 수사기록 중 중요 자료는 복사해 달라’는 취지로 요구한 혐의 등을 받는다.
성·조 두 전 영장전담판사는 공모해 '정운호 게이트' 관련 법관 비리 은폐·축소를 위해, △영장청구서 △수사기록상 법관 비리 관련 진술 내용 △수사 상황 △향후 계획 등 수사기밀을 수집해 총 10회에 걸쳐 신 전 형사수석판사에게 보고한 혐의 등이다. 유출된 수사보고서는 '영장청구 필요성 종합 수사보고서'로서, 공여자 및 금품 전달자들의 구체적 진술 내용, 계좌·통화내역분석 결과, 증거인멸 시도 등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다수 수사기밀이 기재돼 있었다.
대법원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지난해 9월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닫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최서윤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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