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는 7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개선안 등 처리가 불발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당초 경사노위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의 불참으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본위원회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큰 기대를 걸어온 '사회적 대타협'도 초반부터 흔들리게 됐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년·여성·비정규직을 대표하는 계층위원 3인의 경사노위 본위원회 불참으로 탄력근로시간제, 사회 안전망, 디지털전환 대응 관련 3개의 노사정 합의를 의결에 올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탄력근로제 개편과 한국형 실업구조의 도입 등은 주52시간 제도 정착과 저소득층 노동자 및 구직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사회적 합의"라면서 "대통령 자문기구의 위원으로서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원하는 국민들의 뜻에 따라 참석해 의견을 표명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일침했다. 이어 "계층위원 3인의 경사노위 본위원회에 조속한 참석을 촉구하며 마무리하지 못한 3개의 합의안의 경사노위 본위원회 의결을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평소 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합의'에 대해 "우리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들이 많은데, 그런 과제들을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것 같다"며 기대를 걸어왔다. 문 대통령이 직접 경사노위 본위원회에 참석하고, 보고회를 주재할 계획을 잡은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그러나 일부 노동계의 반발로 합의 자체가 무산 위기에 처했다. 전날 늦게 계층위원인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등 3명은 "제대로 논의에 참여하지 못했다" "거수기 역할만 할 순 없다"며 본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경사노위 본위원회는 노사 각 5명, 정부 2명, 공익 4명, 경사노위 2명의 총 18명으로 구성되지만, 노동계에서 민주노총이 불참해 현재 17명이 성원이다. 안건을 의결하려면 노·사·정 위원의 각 절반 이상이 출석해야 정족수가 충족된다. 그러나 노동계 대표 4명중 3명이 불참하면서 의결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최근 의제별 위원회에서 노사정이 어렵게 합의한 '탄력근로제 6개월 확대 적용 방안',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방안',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과제 합의 방안' 등이 줄줄이 멈춰섰다. 또 업종별 위원회로 출범하려고 했던 '양극화 해소와 고용 플러스 위원회'와 '버스운수산업 위원회'도 출범이 미뤄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사회적 대화' 자체가 흔들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경사노위는 오는 11일 다시 본위원회를 열어 안건 의결을 재시도할 예정이다. 이번에도 무산된다면 결국 국회 입법 절차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사측의 요구가 보다 수용돼 일부 업종에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현행 3개월)이 현재 합의한 6개월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노동계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경사노위 본위원회가 무산되자 기자회견을 열어 "노사단체의 결단을 발판삼아 큰 타협을 이뤘는데도 일부에 의해 전체가 훼손되는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의사결정과 의원정족수 등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도 "이번 과정에서 드러난 의사결정 구조 운영 방식에 대한 검토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이런 사태가) 재발한다고 하면 본위원회는 무력화할 수밖에 없다"며 관련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7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의 불참으로 보고회와 본회의 무산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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