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오픈이노베이션으로 자율주행차 경쟁력 키워나가야"
강종오 LG유플러스 FC부문 미래기술담당
2019-03-22 06:00:00 2019-03-22 06:00:00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난해 12월1일 국내 통신사들이 세계 최초로 5세대(5G) 주파수 송출한 이후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상용화가 본격 시작됐다. 다음달에는 5G 기업과소비자간(B2C) 시장이 열린다. 5G 시대의 개막은 4G(LTE)보다 속도가 20배 빨라진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5G는 인간의 오감보다도 빠른 0.001초의 반응 속도로 세상의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연결한다. 4G가 손 안의 인터넷 시대를 만들었다면 5G는 4차산업혁명의 대동맥이 될 전망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자율주행차의 성장세가 향후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전세계 자율주행차의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420억달러에서 2035년에는 77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통신사들도 5G 대표 비즈니스모델(BM)로 자율주행차를 내세우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달 5G를 활용, 일반도로 8㎞ 구간에서 자율주행 시연에 성공했다. 앞서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KT가 자율주행버스를 선보였고 SK텔레콤은 지난해말 경기도 화성 자율주행실험도시(K-City)에서 5G 카셰어링 자율주행차를 공개했지만, 5G 상용망을 활용해 일반도로에서 이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유플러스의 자율주행차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강종오 FC부문 미래기술담당을 만나 사업 현황에 대해 물었다. 2000년 입사한 그는 20년 가까이 기반 서비스 개발을 담당한 전문가다. 
 
강종오 LG유플러스 FC부문 미래기술담당. 사진/LG유플러스  
 
협력은 필수…장비 무게 100분의1로 줄여 실증 성공 
 
강 담당은 자율주행차 성공의 기본 요인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제시했다. 완성차업체와 자동차부품업체가 만들어 내는 5G 차량용 디바이스도 있어야겠지만, 5G 통신장비업체와 통신사의 정밀측위·관제 등의 기술이 결합돼야 완성도 높은 기술 구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LG유플러스는 한양대 자동차전자제어연구실 에이스랩(ACE Lab)과 협업 중이다. 또 완성차업체와도 협력을 논의 중이다. 강 담당은 "통신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해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성공한 5G 상용망 도심 주행도 협업을 통해 시행착오를 극복했다. 5G 스마트폰이 다음달 출시되는 것과 달리 5G 칩셋과 보드로 이뤄진 자동차용 5G 모듈은 한창 개발 중이다. 5G 신호를 받을 수 있는 디바이스가 없는 까닭에 차량 안에 300㎏에 가까운 망장비를 넣어야만 주행이 가능했다. 차가 받는 하중도 문제지만 소모전력이 1980와트(W)에 달하다 보니 차 안 자율주행차를 위한 컴퓨터와 충돌,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 운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강 담당은 "장비사와 함께 무게는 3㎏, 소모전력은 99W로 5G 자율주행차를 위한 장비 만들기에 나섰다"라며 "이후 기지국 간 끊김없이 서비스가 가능토록 디바이스 최적화 작업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협업과 동시에 자율주행의 기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필수 요소로 5G를 지목했다. 자율주행차의 발전을 위해서는 통신사가 구심점이 된다는 설명이다. 인지·판단·제어의 단계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가 5G와 결합 시 직관적 판단이 가능해 주행의 성능을 높여줄 수 있다. 강 담당은 "앞차를 따라가고 있다가 앞질러야 할 경우 이 차 앞 상황은 카메라나 레이다(속도를 측정하는 센서)·라이다(거리를 측정하는 센서)로 잡을 수가 없는데 5G로 주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받는다면 좀 더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라며 "자율주행차가 판단을 보수적으로 할 필요성이 줄어든다"라고 설명했다. 판단에 대한 처리 능력을 극대화시켜 효율적인 자율주행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앞서가는 자율주행차의 운행 패턴이 5G로 전달된다면 유사한 운행을 할 수 있어 속도를 높일 것이냐 낮출 것이냐, 어느 시점에 좌회전을 할 것이냐 등의 판단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이는 결국 자율주행차가 장착해야 하는 센서,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성능으로부터도 제약을 덜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5G 자율주행차가 서울 간선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시장 성장 위해선 표준제정 시급…C-V2X 고려돼야  
 
강 담당은 산업 간 협업을 통해 5G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무엇보다 고려돼야 할 부분으로는 5G 차량대사물(V2X)기술의 표준화를 꼽았다. 올해말 국제표준화 단체인 3GPP에서 표준화를 정할 예정이지만 차량용단거리통신기술(DSRC)과 셀룰러-V2X(C-V2X) 간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DSRC는 와이파이와 비슷한 기술로, 차량과 차량, 또는 차량과 도로변 장비가 대략 2㎞ 내에서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때문에 2㎞마다 차량과 인프라 간의 통신을 지원하는 RSU(Road Side Unit) 장치가 있어야 한다. 
 
강 담당은 "RSU의 설치·운영 주체가 해결되지 않아 일찍이 DSRC 기술이 만들어졌지만 사업적으로는 빠르게 전개되지 못했다"면서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 C-V2X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C-V2X는 이동통신망을 활용해 차량 간, 차량과 인프라, 차량과 보행자 간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하고 자율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현재는 4G망 기반이지만, 5G, 6G로 진화 발전할 수 있다. DSRC 진영은 이미 입증된 기술이고, 네트워크 이용료가 필요 없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하지만 C-V2X 진영에서는 DSRC가 너무 구식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DSRC 기술을 택한 GM이나 도요타와 달리 포드는 2022년부터 출시되는 차에 C-V2X를 넣겠다고 밝혔다. 국가적으로는 미국이 DSRC를 택하려다 결정을 유보한 상태고, 중국은 C-V2X를 선호한다. 
 
강 담당은 "통신의 진화 등을 감안해 C-V2X를 적용해 자율주행차 과제 논의가 활성화된다면 더 빠른 기술 진보가 가능할 것"으로 진단했다. 단순히 차량 간 통신을 한다면 DSRC도 상관 없지만 도로 상황을 전달받으면서 주행을 하려면 통신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까닭이다. 그는 "도로체계가 지능형으로 바뀌려면 결국은 지능적 교통정보를 빨리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그 C-V2X가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레벨3 자율주행차는 1~2년내 도래…원격운전으로 자율주행차 경험 확대  
 
강 담당은 발전과정을 토대로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은 1~2년 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레벨3 자율주행차는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주행의 모든 단계를 제어할 수 있지만 운전자가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 통제권을 가져올 수 있다. 다만 일반 도로에서 달리는 것이 가능한 레벨4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그는 "사고가 났을 때 사고 책임을 지우는 문제, 보험 이슈 등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며 "많은 사람들은 레벨4 수준은 2025년 이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완전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5는 먼 미래에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단기간 내 자율주행차의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도록 LG유플러스는 5G와 C-V2X의 결합을 통한 실증을 지속할 방침이다. 대부분 업체가 5G 내에서 C-V2X 기술 고도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제한된 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에서 실증을 지속해 고도화된 자율주행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각오다. 아울러 제한된 환경 내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판단을 통해 주행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강 담당은 "자율주행차에 있던 운전자가 갑자기 쓰러져 운전을 못하는 상황이 됐을 때, 근처 가까운 병원으로 운전자를 이동시키기 위한 원격운전 등 유사시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자율주행차에 대한 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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