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박주용 기자] 4·3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본격 시작되면서 여야가 총력전에 나섰다. 특히 경남 통영·고성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부산·경남(PK) 표심'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주목받는 곳이다. 진보 성향 정당 깃발로는 총선에서 40년 가까이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보수 정당 텃밭 중의 텃밭이다. 직전 총선에서도 당시 자유한국당 이군현 전 의원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무투표 당선된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통영과 고성 기초자치단체장에 모두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고, 김경수 경남지사도 광역단체장으로 선출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졌다.
통영·고성 선거운동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22일 서울 경부고속터미널에서 심야버스를 타고 4시간여를 달려 오전 5시 통영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 대부분 가게는 문이 닫혀 있었고, 서울에서 24시간 운영을 하던 패스트푸드점도 통영에선 새벽 2시까지만 영업을 했다. 새벽 장사를 할 법한 식당들도 문을 닫은 채 간판의 불이 꺼져 있었다. 24시간 하는 편의점의 간판만이 통영버스터미널 주위를 밝힐 뿐이었다. 통영 지역의 경제 어려움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 때문에 후보들도 저마다 '지역 경제 살리기' 구호를 앞다퉈 내놨다. 공약들 대부분이 지역 일자리와 연계된 사업들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가 22일 오전 경남 통영시 명정동 충렬사 광장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양문석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민주당 양문석 후보는 이날 통영시 죽림동 일대에서 출근 인사를 했다. 양 후보는 통영 출신이며 집권여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낙후된 통영과 고성 경제를 살릴 적임자임을 주장했다. 그는 "조선업 불황으로 통영과 고성에서 2만3000개의 관련 일자리가 사라진 후 이 지역 경제는 피폐해졌다"면서 "조선업을 살려내지 않으면 언 발의 오줌 누기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진보니 보수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제가 당선된다면 중앙정치를 하지 않고, 정쟁을 하지 않고 오로지 일자리 만들기에 전념하겠다"고 역설했다.
한국당 정점식 후보는 이날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통영·고성 지역의 재향군인회관을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 자리에서도 경제 현안을 챙기는데 여념이 없었다. 정 후보는 통영 재향군인회관을 방문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말 열심히 하겠다. 항상 일주일 중 3일 이상을 통영고성에 머물면서 주민들과 소통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고성과 통영을 차례로 이동하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고, 황교안 대표와 함께 통영 중앙시장과 고성시장을 방문해 "성동조선을 살리고, 통영형 일자리를 만들어서 골목상권을 북적이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22일 오후 경남 통영 문화마당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박주용 기자
여야 후보들은 각종 경제 살리기 공약을 내세웠지만 이들은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반응은 다소 냉랭했다. 두 후보의 선거사무소가 나란히 위치한 건물 주변의 상인들은 "먹고 살기 힘든데 선거는 무슨" "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다만 경기가 안 좋은 탓인지 야당보다는 여당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통영중앙시장에서 젓갈을 파는 김모씨는 "경남지사와 통영시장, 고성군수까지 모두 민주당 사람으로 뽑았지만 먹고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이번에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건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주위 분위기"라고 전했다. 권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국당을 지지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자영업을 하는 60대 남성은 "권력은 균형있게 가야 한다"며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의류업을 하는 50대 여성 전씨는 "경남지사와 통영시장, 고성시장이 모두 민주당인데 국회의원이 한국당 소속이면 힘이 있겠느냐"며 "힘을 실어줄 때 확 실어줄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또다시 한국당이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40대 남성 직장인은 "한국당은 지금 정신을 못 차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한테 또 매달리지 않느냐"며 "그렇게 오래 집권하고 국가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놨는데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통영·고성 = 최병호·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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