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다수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러거나, 저소득 또는 저신용자인 취약차주의 부채규모가 87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차주 부채는 2015년부터 해마다 증가세를 보여, 대외적 여건이 악화될 경우 채무상환에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신호순 부총재보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금융안정상황' 기자설명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은 28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취약차주의 부채는 86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조1000억원이 늘었다.
취약차주의 부채는 2015년부터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73조5000억원이었던 대출규모는 2016년 78조5000억원, 2017년 82조7000억원으로 4년 연속 증가했다.
금융기관별 취약차주의 대출 비중을 보면, 비은행 비중이 64.8%로, 전체 가계대출 기준 42.6%를 훨씬 웃돌았다. 권역별로는 상호금융(25.2%), 여전사(15.9%), 대부업(8.5%) 등의 순이었다.
취약차주 수는 1년 전보다 3만1000명이 감소한 146만8000명이었다. 이는 정부의 장기연체자에 대한 채무감면 등 정책적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주요국에 비해 이미 높은 수준인데다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영을 제약하는 주요 취약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지속적인 대응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며 "대외적 여건 악화 시 취약차주의 채무상환 어려움이 커질 수 있으므로 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부채는 늘고 차주는 줄면서 취약차주 1인당 대출은 2017년 5517만원에서 지난해 5913만원으로 증가했다. 또 취약차주의 신용대출은 41.7%로 비취약차주(23.7%)보다 여전히 2배 정도 높았다.
전체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1534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8% 늘었다. 가계소득 증가율(3.9%, 추정치)을 여전히 상회하고 있었지만, 1년 전보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됐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낮은 수준에서 안정적 움직임을 보였으나 지난해 비은행 대출을 중심으로 소폭 상승했다. 2017년 말 연체율은 1.38%였으나 2018년 말에는 1.55%로 0.17%포인트가 올랐다.
이는 영세자영업자 및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차주의 채무상황 능력이 저하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출규제 강화, 주택거래 위축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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