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석의 블록체인 생태계 읽기)블록체인보다 불편한 단어 '암호화폐'
2019-04-09 06:00:00 2019-04-09 06:00:00
최근 중기부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특구 지정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전국의 각 시도가 지자체의 특성에 맞춰서 여러 특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2개의 지역에서 블록체인 특구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지자체와도 이야기하고 이곳에 지원하는 기업들과도 연계되어 이야기를 하다보니 느끼는 점이 많이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다
 
시장이 활발했던 작년, 규제를 피해 사기행각을 벌이던 다양한 스캠들이 있었음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정부였습니다. 그런 정부가 이렇게 움직임을 보인 것 자체가 발전적인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정부는 작년말 금감원에서 실시한 ICO 실태조사를 통해 올해 1월 결과 및 향후 대응방향을 발표하긴 했습니다. 2018년8월 기준으로 ICO를 실시했다고 알려진 24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했고 방법은 임의 협조에 따른 답변서 및 백서, 홍보자료 점검이었습니다. 실제 처음으로 이 업계와 이야기를 시작한 사례이기는 합니다만 상당히 간접적인 방법이었고 실제 소통은 거의 없는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시작한 소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블록체인 특구라는 주제를 가지고 실제 정부기관과 다양한 기업들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토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이 원활하지만은 않습니다. 여러 중앙부처, 지자체, 기업의 이해도와 원하는 방향도 다르기에 만날 때마다 삐걱거림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를 몸으로 부대끼며 알게되는 것만으로도 저는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불편한 사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작년만 해도 다수의 분들이 블록체인이 도대체 뭔데 이렇게 난리인가가 첫 화두였다면, 이제는 그 단계는 넘어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블록체인은 알겠는데, 암호화폐는 문제가 너무 많이 있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물론 저의 개인적인 추측이니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의미없는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실현가능성이 낮은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고, 최근에도 다단계 조직을 활용해서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작년에 제가 만나뵀던 많은 분들 중 일부는 블록체인, 암호화폐와 전혀 상관이 없는 영역임에도 자금 확보 만을 위해 암호화폐를 발행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이렇게 실생활까지 연결되는 사례가 다양하게 나오지 않다보니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입장 차이가 발생합니다.
 
규제 (規制) 란 무엇인가?
 
[명사] 1. 규칙이나 규정에 의하여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정한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음.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 특히, Downside에 대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규제가 없다보니 사업을 하는 분들이 모두 불안해 하며, 오히려 규제가 조금 더 확실하게 있는 곳으로 가서 사업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강한 규제이든, 혹은 친화적인 규제이든 있는 게 없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명확해지면, 그 안에서 사고를 하고 계획을 해서 일을 추진하고, 필요하면 할 수 있는 일과 관련해 더 요청할 수 있습니다.
 
각국의 규제는 어떤 상황인가
 
각 국가의 특성이 있기에 해외 사례와 비교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가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 몰타와 같이 움직일 수도 없으며, 미국과 같이 거대한 국가처럼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다만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Framework for 'Investment Contract' Analysis of Digital Assets(디지털 자산 '투자계약' 분석을 위한 틀)"라는 제목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했습니다. 기존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기반으로 암호화폐의 사례를 가이드에 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장에 있는 다수의 암호화폐는 사실상 증권의 성격을 띄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연이어 턴키젯 프로젝트에 한해 비조치의견서(No-action Letter)를 발급하면서 증권성이 아니라고 인정해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또한 대다수의 기능을 제한한 상황이기에 부정적인 여론도 업계 내에서는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행동들이 산업과의 소통을 만들고 약간의 잡음을 일으키며 결국 한발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최소한 어떤 식으로 해야 증권이 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지 방향성은 나온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이 방향성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업계와 정부가 이야기해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미국도 아니고 싱가포르도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맞는 접근 방법이 필요할 겁니다. 일부는 보수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일부는 개방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필자는 이 또한 이 업계가 초기이다보니 발생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기에 어느 방향이나 논의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조금 더 빨리 논의되고 규제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24시간 돌아가는 크립토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고 달려갈 수 있으며, 선의의 피해자를 줄여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잡음을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됩니다. 첫 걸음은 모두 불편할 수 있지만 결국은 필요한 일이 될 것이라 봅니다. 이번 송희경 의원의 블록체인 산업 진흥법 대표발의 역시 그런 큰 틀에서 볼 때 외침으로 끝나지 않고 많은 잡음을 일으키며 한발씩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기원합니다. 
 
오현석 디블락 대표(oh@deblock.co.kr)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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