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22일 우리 정부의 비핵화 단계적 접근법인 '굿 이너프 딜'에 대해 "잘 모르겠다. 한국정부는 저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면서 "비핵화까지 제재해제가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제재해제 문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달려있다는 데 워싱턴에서 공감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그는 지난 해 '북미 싱가포르 합의'(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관계 정상화, 6·25 전쟁 전사자 유해송환)를 언급하고 "미북관계는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평화체제 구축도 남북미 3국이 매일 노력하고 있다"면서 "완전한 비핵화 될 때까지 해제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3가지 분야에 대해 진전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는 '하노이 결렬'의 뒷이야기도 소개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딜에는 좋은 면이 없었다"면서 당시 협상을 수용했다면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유지하면서 경제제재에서 풀려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했던 선택지는 '빅딜이냐 굿 이너프 딜이냐'가 아닌 '배드딜이냐 노딜이냐'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노딜을 선택함으로서 올바른 선택을 내렸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하노이 결렬을 통해 김 위원장이 미국의 뜻을 정확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공은 김 위원장에게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건넨 공에는 '비핵화를 한다면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쓰여 있다"고 예를 들었다. 이어 "북한이 FFVD 비핵화를 한다면 얼마나 멀리갈 수 있는지에 제한이 없다"면서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하노이를 떠날 때 우호적이면서도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떠났다"고 밝혔다.
한편 해리스 대사는 한미관계에 대해 "좋은 위치에 있다"며 "워싱턴에서 양국 정상들이 만났고, 배우자들도 회담의 일부에 참여했다. 이것만 봐도 양국 정상의 선의와 서로를 향한 좋은 감정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국 정상은 한미 동맹의 지속적인 힘과 양국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재확인하고 회담을 마무리했다"면서 "한미동맹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한반도 평화와 안보의 핵심임을 이해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이 한반도 안전과 번영의 근간이 되었던 것처럼, 앞으로는 점점 더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의 자유 민주주의, 인권·법치와 같이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와 제도들을 증진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해리스 대사는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의 이란산 원유수입 전면 금지방안을 발표할 것이란 외신 보도에 대해 "미국의 정책 목표는 모든 국가들이 이란 석유제품을 구매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국과 여타 국가들에 6개월이라는 면제기간이 주어졌는데, 다른 공급처를 찾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기를 바라면서 시간을 부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국 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미관계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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