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게임과몰입을 중독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의료화(medicalization)'의 전형적 사례라는 주장이 나왔다.
게임과학포럼은 29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태그톡, 게임장애(Gaming Disorder) 원인인가 결과인가'를 열고, 게임 과몰입에 대한 오해 풀기에 나섰다.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의료화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모든 사회 현상을 의학적 방법으로만 해결하려는 자세를 비판했다. 그는 "국내외 700여편의 게임 질병 논문을 분석한 결과 게임 중독의 개념을 정의하는 방식만 16개로 모두 다르다"며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통일된 방식의 연구 결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중독은 의료화의 전형적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임과학포럼이 29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개최한 '태그톡, 게임장애(Gaming Disorder) 원인인가 결과인가' 기자간담회. 사진 오른쪽부터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 미디어영상홍보전공 교수, 크리스토퍼 퍼거슨 미국 스테트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이경민 서울대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사진/김동현 기자
WHO는 지난해 6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을 공개해 게임장애를 '중독성 행동으로 인한 장애' 항목에 편입했다. 게임과몰입 현상을 도박 중독과 동일하게 다루겠다는 것이다. WHO는 다음달 말 세계보건총회에서 개정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WHO에서 최종적으로 게임장애를 질병화하는 것으로 확정하면 이를 바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는 등 수용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의학계는 게임장애가 질병분류에 포함될 때 발생할 의학 오·남용에 우려를 표하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인식 개선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이날 행사를 연 게임과학포럼은 뇌·인지 기능적 측면에서 게임의 순기능을 연구하는 단체로 지난해 9월 발족했다. 게임소프트웨어나 시스템경영 등 산업 관련 학과뿐 아니라 신경·정신 등 의학계 교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상임대표를 맡은 이경민 서울대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는 "게임의 순기능을 과학적으로 쉽게 알릴 방법을 연구 중"이라며 "3차례 연례 포럼 등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활동을 중심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ICD-11 개정에 직격으로 피해를 입을 국내 게임·콘텐츠 산학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장애 질병코드 신설 반대 의견을 WHO ICD-11 의견 수렴 사이트에 제출했다고 이날 밝혔다. 전날에는 한국게임학회, 한국게임개발자협회 등 게임 관련 협·단체뿐 아니라 한국영화학회,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한국애니메이션학회 청년 등 총 43개 문화·콘텐츠 대학·단체가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게임이 중독 유발 원인이 아니라는 논거와 함께 문화콘텐츠 창작의 자유에 대한 억압, 미디어로서 게임에 대한 표현의 자유 제한 등에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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