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금융기관에 허위 계약서를 제출해 사기 대출한 경우 실제 대출가능액을 공제하지 않고 지급받은 대출금 전체를 편취액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지급받은 대출금 중 일부만 편취액으로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되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대법원은 "담보 부동산의 매매계약서상 매매대금은 피해자가 대출가능금액을 산정하는 데 기준이 되는 사항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를 허위로 부풀려 기재한 매매계약서를 제출한 행위는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위와 같이 부풀린 금액이 정당한 매매대금임을 전제로 해 대출금을 교부받은 이상 사기죄가 성립하며, 지급받은 대출금 전부가 사기죄의 이득액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런데도 원심은 대출금 전액에서 실제 매매계약서를 제출했을 경우 대출받을 수 있었던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만을 이득액으로 인정해 피고인에 대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고 사기 부분만 유죄로 인정했다"며 "원심 판단에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죄의 이득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씨는 지난 2012년 6월 최모씨로 피 하여금 제1토지를 담보로 8억 2000만원의 시설자금 대출을, 김씨로 하여금 제2토지를 담보로 7억7000만원의 가계자금 대출을 금융기관에 각각 신청하게 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금을 더 받기 위해 최씨를 매수인으로 해 제1토지를 대금 13억6000만원에 매수한다는 내용의 매수가격을 부풀린 매매계약서를, 김씨를 매수인으로 해 제2토지를 대금 12억9000만원에 매수한다는 내용의 매수가격을 부풀린 매매계약서를 각 작성해 금융기관에 제출했다. 이에 속은 금융기관은 총 15억9000만원을 대출해줬고 임씨는 토지 매매대금을 10억원 증액한 허위 매매계약서로 사기 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임씨 사기대출액 전부인 15억9000만원 모두를 편취액으로 보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임씨가 대출 과정에서 매매대금을 부풀린 매매계약서가 아닌 실제 매매계약서를 제출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출을 받았을 것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임씨가 매매대금을 부풀린 허위계약서를 제출함으로써 편취한 이익은 실제 매매계약서를 제출했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대출가능금액의 차액으로 봐야 한다다. 이에 따라 편취액을 산정하면 그 편취액은 3억9000만원"이라며 임씨에게 6개월이 줄어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이 틀렸다고 봤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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