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일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 그 자체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입장이나 시각이 다르니까 어려움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진상을 규명하고 청산이 이루어진 다음,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나가자는 데 대해 공감이 있다면 구체적인 방안들에 대해 얼마든지 협치하고 타협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사회계 원로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면서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은 심각한 반헌법적인 것이고, 헌법 파괴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타협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이제는 적폐수사 그만하고 통합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냐는 말도 많이 듣지만, 살아 움직이는 수사에 대해 정부가 통제할 수도 없고 또 통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여야 협치라는 명분을 위해 적폐청산의 고삐를 늦추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정치라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절감하고 있다"면서 "정치권이 정파에 따라 대립이나 갈등이 격렬하고 또 그에 따라서 지지하는 국민 사이에서도 갈수록 적대감이 높아지는 현상들이 가장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좀 더 협치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도 많이 듣는데 대통령 취임식 전 야당 당사들을 전부 다 방문했고, 과거 어느 정부보다는 야당 대표와 원내대표들을 자주 만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만들었고, 정치 상황에 따라 표류하지 않도록 분기별로 개최하는 것까지 다 합의했는데, 벌써 2달째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야당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아쉬워했다.
2시간 가량 참석자들과 자유로운 대화도 오갔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여야합의를 통한 통일 방안 마련,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당부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융통성 있는 정부여당의 역할을 강조했고, 김지형 전 대법관은 사회갈등 해소 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종북좌파라는 말이 어느 한 개인에 대해서 위협적인 말이 되지 않고, 생각이 다른 정파에 대해 위협적인 프레임이 되지 않는 그런 세상만 돼도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제는 진보·보수, 이런 낡은 프레임, 낡은 이분법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 이미 된 것"이라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아직도 그것이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대해선 "우리 안보와 경제, 미래발전을 위해 일본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면서도 "과거의 불행한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파생되는 문제들이 나오고 있고 그것 때문에 양국 관계가 때로는 불편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부분 때문에 양국 관계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게끔 서로 지혜를 모아야 되는데, 요즘은 일본이 그런 문제를 자꾸 국내정치에 이용하면서 문제를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외 사회갈등 해소 방안에 대해 "따져보면 우리 사회의 정책 전반이 거대한 갈등으로 뭉쳐져 있다"면서 최저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을 예로 들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 변화 모두가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그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갈등과 같다"면서 "이런 부분을 해결하자면 결국은 더 큰 틀의 사회적인 대화, 그것을 통한 사회적인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사회계 원로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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