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가 없다"며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의 폄훼발언을 작심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17년 이후 2년 만이다. 기념식에는 여야 5당 대표와 5·18 유공자·유족, 시민, 학생, 각계 대표 등 5000여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떨리는 목소리로 "80년 5월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정말 미안하다"며 "그 때 공권력이 광주에서 자행한 야만적인 폭력과 학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오월의 광주'에 대한 부채의식과 아픔이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뿌리가 됐고,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에는 '광주사태'로 불렸지만 노태우·김영삼정부 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공식 규정되고,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역사도 회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미 20년도 더 전에 광주 5·18의 역사적 의미와 성격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루었고, 법률적인 정리까지 마쳤다"면서 "이제 이 문제에 대한 더 이상의 논란은 필요하지 않다. 의미 없는 소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학살의 책임자, 암매장과 성폭력 문제, 헬기 사격 등 밝혀내야 할 진실들이 여전히 많다"면서 "아직 규명되지 못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한국당의 반발로 지연 중인 '진상조사규명위원회'의 조속한 설치를 국회에 요청했다. 또 "우리는 지금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고 있다"며 "5·18 이전, 유신 시대와 5공 시대에 머무르는 지체된 정치의식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없다"면서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주요 관계자들이 5·18 추모단체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참석을 강행했다. 추모단체는 김진태·이종명·김순례 등 소위 '5·18 망언 의원'들에 대한 징계 없는 기념식 참석에 반대해왔다. 황 대표는 식장에서 손을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박근혜정부 국무총리로서 기념식에 참석했던 3년 전엔 입을 꾹 다문 채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치고 5·18희생자 묘역을 찾아 참배하며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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