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산업군 별로 전 세계가 모이는 큰 행사들이 있다. 모바일 영역에서는 MWC(Mobile World Congress)이고, 가전제품은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행사로 자리잡았다. 물론 점차 모바일과 가전업계의 경계선이 모호해져 두 행사가 유사한 모양새를 띄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각각 미국과 유럽에서 향후 1년 기술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좋은 이벤트임에는 틀림이 없다.
암호화폐, 블록체인의 축제
아직 역사가 짧은 블록체인 산업계는 수많은 밋업(meetup)이 성행하는 문화를 보이고 있다. 현재 가진 게 미약하기에 미래를 논하는 게 주가 되는 컨퍼런스가 많이 열린다. 그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는 매년 5월 뉴욕에서 열리는 '컨센서스(Consensus in NYC)'다. 흔히 '뉴욕 블록체인 위크'라는 이름하에 다양한 행사들이 주간 내내 도시 내에서 이뤄진다. 해당 행사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의 계획들이 소개되고, 정부의 규제와 향후 방향성에 대한 토론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1년전 Consensus in NYC에 대한 추억
2018 Consensus in NYC는 2017년 말 불마켓(Bull Market)의 여파로 호황기를 맞은 가운데 사람이 넘쳐나는 행사로 진행됐다. 생동감이 넘쳐 흘러 축제와 다름없는 분위기라 할 수 있었다. 당시 필자는 ICON 프로젝트와 함께 부스를 지켰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시장통 같은 느낌이 들 지경이었으며, 일명 코인부자들이 많이 찾아와서인지 기존의 여타 컨퍼런스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부적절한 표현일 수도 있으나 약간 약에 취해있는 느낌조차 있었고, 필자도 그러한 느낌이 싫지만은 않았다. 이렇게 역동적인 모습 또한 이 시장만이 가지는 매력이었으며 새로움이 주는 짜릿함이 오히려 좋게 느껴졌다.
그리고 밤에는 여러 프로젝트들이 주최하는 저녁 식사 자리들이 있었고, 다양한 곳에서 초대를 받아 어디를 가야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그런데 막상 참석한 저녁자리는 대부분 파티라 부르는 게 더 적절해 보였다. 일부는 클럽에서 이뤄지는 행사였고, 분위기 자체가 파티를 연상시켰다. 당시 필자는 신기함, 이상함 등 여러 감정에 휩싸여 있었으나 그러한 새로움과 역동감이 싫지 않았던 것 만큼은 분명했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정보를 주고받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프로덕트가 없는 컨퍼런스
하지만 매우 신기했던 한 가지는 컨퍼런스에 나온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준비된 프로덕트나 데모버전조차 없이 계획만으로 나온 곳이 많다는 것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다른 컨퍼런스에 나가기 위해서 대부분의 회사들은 데모버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짜내는 노력들을 한다. 실제 상품은 아니라도 전시회용 상품을 만들어 보여주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아마도 초기 기업에게 새로운 자금 모집 기회를 제공하는 ICO(암호화폐공개)에 집중하다 보니 프로덕트보다 계획에 우선할 수밖에 없는 모양새였다. 이러한 당시 상황을 되새겨 보면 아마 2018년에 발생한 장기간의 암호화폐 침체기는 피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2019 Consensus in NYC
필자는 매년 같은 행사를 가는 것은 늘 지양하는 편이다. 시간, 기회비용을 고려시 모든 행사를 갈 수 없다면, 매년 다른 행사를 가는 게 다양성이나 지역에 대한 특성을 익히기에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는 컨퍼런스에 참석한 지인들을 통해서 분위기와 상황을 전해들었는데, 올해 행사는 조금 더 본질에 다가선 듯한 분위기다. 작년에 비해 참석자는 줄었으나, 파티도 줄고 정보를 나누고 학습을 하는 밋업이 많아졌다고 한다. 또한 실제 프로덕트를 가지고 나오는 팀이 많아지고 단순히 ICO만을 추구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한다.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는 초기가 얼마나 혼잡한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필자이지만, 조금씩 발전하고 있음은 분명해보인다. 이 발전이 각 암호화폐의 가격이나 무리한 자금 모집으로 가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오현석 디블락 대표 (oh@debl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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