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OTC마켓은 'Over the Counter Market'의 줄임말로 장외시장을 의미합니다. 암호화폐에서 OTC마켓은 거래소 밖에서 암호화폐가 거래되는 시장을 뜻합니다.
블록체인 핀테크 전문업체 '체인파트너스'의 리서치센터가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25%가 OTC마켓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국내 상위 10개 거래소의 한 달 거래량 약 134조원 가운데 약 44조원이 장외 거래된다고 보고서는 추산했습니다. 또 보고서는 골드만삭스 등이 투자한 스타트업 써클(Circle)의 경우 지난해 36개국에서 약 26조원 규모의 거래를 OTC마켓에서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OTC마켓의 주요 거래자는 보통 기관투자자이며 일부 큰 손 투자자, 채굴집단입니다. 거래소에서 체결되는 불특정 다수 간 거래가 아니며, 특정 대규모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P2P(개인 간 거래) 형태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거래소가 아닌 OTC마켓에서 거래가 체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액 투자자 중심의 OTC마켓에서는 시세가 확확 바뀌는 거래소보다 가격 안정성에서 장점이 있고, 유동성 확보도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자 A가 한 번에 100억원에 이르는 비트코인을 사들인다고 생각해봅시다. 비트코인 시세가 개당 1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A는 100억원으로 1000개의 비트코인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 이 같은 거래는 불가능합니다. 살아 움직이는 생물 같은 시장에서는 이러한 주문이 접수되는 즉시 시세에 반영되기 마련입니다. 24시간 매초마다 변동하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수요 증가라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 1000만원에서 그 이상의 가치로 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A는 급격한 가격 변동으로 한꺼번에 거래를 처리하기 어려워집니다. 요컨대 OTC마켓에서의 거래는 A의 사례처럼 대규모 거래를 성사시키는 동시에 시장가격의 급격한 변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OTC마켓에서 중개인은 트레이더(trader) 또는 딜러(dealer), 중개자(broker)로 나뉩니다. 트레이더 또는 딜러는 직접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거래 수요가 있으면 수수료를 붙여 팝니다. 브로커는 거래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습니다. 주로 메신저, 특히 보안성이 뛰어난 텔레그램을 활용합니다. 브로커는 거래가 성사되면 수수료를 받습니다.
한편 텔레그램 등을 통한 장외시장 거래의 단점은 고객확인의무(KYC, Know Your Customer) 검증이 소홀해지기 쉽다는 점입니다. 이는 장외거래가 자금세탁 등 불법 거래로 이어질 수 있는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OTC데스크는 이 같은 전통적인 OTC마켓에서 벌어질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등장한 개념입니다. 제네시스 글로벌 트레이딩, 옥타곤 스트레티지, 체인파트너스 등이 OTC데스크를 운용하는데요. OTC데스크는 KYC를 관리하며 거래자 신분 검증을 한다는 점에서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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