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지난 9∼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고위급협상 결렬로 본격화한 미중 무역갈등이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중 패권전쟁의 관점에서 볼 때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외교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협상 결렬 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중 관세 인상 발표와 중국의 맞대응으로 촉발된 양국 간 무역 갈등은 이제 미 정부의 동맹국 대상 화웨이 퇴출요구 등으로 옮겨붙고 있다. 이에 대해 배기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은 26일 "전체적인 패권경쟁으로 볼 수 있다"며 "중국 발전의 상층부에 있는 것이 화웨이를 비롯한 기술부문인데 이를 제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행정부 당국자들이 '화웨이 장비에 백도어(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채 응용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가 숨겨져 있으며 이는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활용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와 맞닿아있다.
이는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지난 2013년 1월 개최한 중앙정치국 3차 집단학습에서 "정당한 권익(수호)을 결코 방기하지 않을 것이며 국가의 핵심이익을 결코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부딪친다. 시진핑 주석은 당시 "어떤 외국도 우리가 국가주권, 안전, 발전이익의 손해라는 쓴 열매를 감수할 것이라고 희망해서는 안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존 주권·영토문제로 국한했던 핵심이익 범위가 발전이익, 평화발전 등으로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미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정면충돌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배 위원은 "세계 최대 생산기지인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밖으로 빠져나오도록 (미국이) 압력을 가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취하고 있는 대중압박이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섰기에 반발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전문가인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은, 미국이 자국의 각종 제도·시스템 부분까지 같이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보는 것 같다"며 "미국이 원한다고 중국 입장에서 쉽게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요구가 국가주권 차원의 문제를 야기하고 이는 중국이 안고 있는 국내적인 불안정성으로 연결되는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공언했던 내달 말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전 협상타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일단 무역갈등 자체가 간단하지 않을뿐더러 현 상황이 한 쪽의 승리로 끝나게 되면 정치적 타격도 입게 된다"며 "협상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7년 11월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 중 서로 다른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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