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29일 오후 법무부 과거사위원회의 ‘김학의 게이트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진상조사단원이었던 박준영 변호사가 “보고서를 쓴 단원의 생각이 다른 단원들의 생각과 달랐고, 자기 주장을 얘기해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단원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았고 결국 보고서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최종적으로 수정됐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박 변호사는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보고서를 고치는 이유’라는 글을 올렸고, “김 전 차관 사건에서 가장 큰 쟁점인 ‘이모씨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해 보고서를 쓴 단원과 다른 단원들의 생각이 달랐다”며 “다수의 단원들의 생각이 형성되고 연대된 과정. 부끄럽지 않습니까!”라고 밝혔다.
이어 “보고서를 쓴 단원이 아무리 자기 주장을 얘기해도 들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위원회 보고일이 다가왔고, 싸워서 결론을 바꾸고자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했다”며 “보고서 작성과정에 함께 했어야 할 다른 단원들이 이 보고서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이 보고서는 대검을 거쳐 위원회에 제출됐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또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던 단원과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잘 모르고 침묵하며 함께 했던 단원들이 뒤늦게 보고서의 내용을 보니, ‘만장일치’라고 이야기했던 결론과 다른 내용이 들어가 있어서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라며 “양심이 있다면 보고서 작성과정에 힘을 보태지 못한 책임을 고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박 변호사의 SNS 글 전문이다.
박준영 대검 진상조사단 조사위원이 29일 SNS에 올린 글. 사진/박준영 변호사 SNS화면 캡처
<보고서를 고치는 이유>
김학의 전 차관 사건에서 가장 큰 쟁점인 ‘이모씨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하여 보고서를 쓴 단원과 다른 단원들의 생각이 달랐습니다. 다수의 단원들의 생각이 형성되고 연대된 과정. 부끄럽지 않습니까!
보고서를 쓴 단원이 아무리 자기 주장을 얘기해도 들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위원회 보고일이 다가왔습니다. 싸워서 결론을 드라이하게 바꾸고자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고서의 내용에 자신의 주장 근거와 의견을 담았고 그 양이 1,000페이지를 넘긴 것입니다. 밤을 세워가며 보고서를 썼습니다. 보고서 작성과정에 함께 했어야 할 다른 단원들이 이 보고서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이 보고서는 대검을 거쳐 위원회에 제출된 겁니다.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던 단원 그리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잘 모르고 침묵하며 함께 했던 단원들이 뒤늦게 보고서의 내용을 보니, ‘만장일치’라고 이야기했던 결론과 다른 내용이 들어가 있어서 적잖이 당황했을 겁니다.
양심이 있다면, 보고서 작성과정에 힘을 보태지 못한 책임을 고민했어야지요.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보고서의 틀을 유지한 채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추가해야지요. 그런데 기존 보고서의 내용을 빼는 작업을 하는 게 가장 쉬웠던 겁니다, 한편으로 보고서에 쓰여 있는 내용을 반박할 근거를 찾기도 어렵고 찾을 능력도 부족하거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말이 틀립니까!
지금이라도 원칙대로 합시다. 김학의 전 차관 사건에서 우리가 분명히 물어야 할 책임에 대해 이야기합시다. 묻지 못하거나 묻기 어려운 책임은 그 이유를 소상히 국민들에게 말씀드립시다.
가장 기록을 많이 보고 조사에 참여한 단원에게 힘을 주십시오. 글은 계속 쓸 겁니다. 이게 바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뿐인 인생. 누구 눈치 볼 이유나 필요가 없습니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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