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한 지붕 두 가족'이란 말은 바로 여의도에 터 잡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정부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민간 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이 또다시 밥그릇쌈박질을 벌이고 있다. 은행법 개정안이 논란의 대상이다.
현재 금감원장 몫의 금융기관과 임직원에 대한 제재권한을 금융위로 옮기는 것을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을 금융위가 최근 국회에 제출하자 금감원이 발끈하고 나선 것.
21일 국회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 입법조사관실을 통해 금융감독원장의 기관 및 임직원 제재권한을 삭제한 내용의 은행법 수정개정안을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 제출했다.
법안소위는 이날 은행법개정안을 심의했지만 양 기관의 견해차로 22일 재심의키로 했다.
현행 은행법은 금감원장이 직원에 대한 모든 제재, 임원은 문책경고 이하, 기관은 기관경고 이하의 제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정안은 모든 제재권한을 금융위로 넘기고 시행령에서 일부 제재권한을 금감원장에게 위임토록 하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위가 법률상의 제재권한을 모두 가져갈 경우 감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금감원의 검사와 조사에 응하는 것은 제재권한 때문"이라며 "제재권한이 없는데 금감원의 검사와 조사를 제대로 받겠느냐"고 반박했다.
반면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금융지주회사법, 저축은행법 등 다른 법안과 제재권한을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부처인 금융위가 원칙적으로 제재권한을 갖고 민간기구인 금감원은 금융위의 위탁을 받아 일부 제재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업무권한과 법위를 둘러싼 갈등은 사실 새로운 일이 아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위기 이후의 금융감독과제'를 주제로 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려했지만 금융위가 "정부 정책과 관련된 내용을 금감원이 발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발표를 막는 등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국회에서 추진중인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에 대해서도 금융위는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지만 금감원은 내부조직에 소비자보호 업무와 조직을 강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은행법 개정안을 놓고 금융당국간 갈등으로 문제가 확산되자 금융위는 "향후 금융위와 금감원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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