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최악의 국회 공전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은 물론 각종 민생법안도 멈췄다. 청와대가 제안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지도부의 7일 회동은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끝내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원내 교섭단체 3당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북유럽 순방을 떠나면서 추경을 위한 조속한 국회 정상화를 당부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통화하고 "정부에서 긴급하게 생각하는 추경안이 국회에서 심사조차 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출국하려니 마음이 좋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순방 전에 여야지도부를 만나려 했으나 그것도 안 됐으니 의장님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환송 행사에 나온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도 "추경이 안 돼 답답하고 국민도 좋지 않게 볼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해찬 대표는 "내일 초월회가 모이는 날인데 (야당의) 반응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고, 이인영 원내대표는 "대통령 출국 전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 해 송구하다"면서 "귀국 전에 잘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정부여당의 사법개혁·선거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철회 없이 국회에 복귀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황교안 대표는 전날 지역 당원들과 만나 "지금은 (국회에) 들어갈 수 없다.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 저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민경욱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출국을 '현실 도피'로 표현하고 "제1야당 대표와의 회담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국정 정상화의 마지막 기회를 걷어찬 것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이라며 "국가수반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조차 회피한 도피의 대가는 가혹할 것"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국회 정상화에는 공감하지만, '합의문'에 들어갈 패스트트랙 관련 문구를 두고 대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바른미래당이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를 제안했지만 한국당이 사실상 폐기를 의미하는 '합의 처리한다'를 요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편 재난 대응과 경기활성화를 위해 편성된 6조7000억원 규모의 올해 추경은 국회에 제출된 지 이날로 46일째가 됐다. 추경 내용에 대한 여야 이견과 국회절차 등을 감안하면 6월 내 처리는 사실상 어려워진 모양새다.
당초 정부는 "추경 통과가 늦어지면 늦어진 만큼 사업 집행기간이 짧아지고 애써 마련한 추경효과는 그만큼 반감될 수밖에 없다"면서 아무리 늦어도 6월 중순까지는 처리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도 9일 "성장 활력을 회복하려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신속한 통과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조기에 추진돼야 경기가 나아지고 일자리가 1∼2만개 창출될 수 있는데, 추경이 안 되면 그런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달 안에 추경안 심사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7월 이후 내년도 본예산 심사와 일정이 겹치면서 추경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북유럽 3개국 순방에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로 이동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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