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잡학사전)바쁜 현대인의 마음의 병 '번아웃증후군'
과로의 시대 속 무기력해지는 현상…충분한 휴식·대화가 완화 첫 걸음
2019-06-11 06:00:00 2019-06-11 0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번아웃증후군'이라고 일컫는다. 과열 경쟁에 기인한 긴 노동시간에 비해 짧은 휴식 시간과 강도 높은 신체 및 정신적 노동이 요구되는 환경 등 사회적 원인이 강해 소위 '과로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질병으로도 꼽힌다.
 
지난달 28일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 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에서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정의한 '번아웃증후군'을 직업 관련 증상의 하나로 분류하기도 했다. 의학적 질병은 아니지만 '건강상태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로 판단한 만큼 그동안 가볍게 여겨졌던 직장 내 스트레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번아웃의 사전적 의미는 '에너지를 소진하다', '다 타다', '가열돼 고장이 나다' 등으로 정의돼 있다. 번아웃증후군이라는 명명 역시 미국의 정신분석가 프로이덴버거가 '상담가들의 소진'이라는 논문에서 약물 중독자들을 상담하는 전문가들의 무기력함을 설명하기 위해 '소진'이라는 사용한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직장인 4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5.1%가 번아웃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번아웃증후군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기력이 없고 쇠약해진 느낌이 들거나, 쉽게 짜증나고 노여움이 솟는다는 점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겪게 되는 스트레스로의 대표 후유증인 만큼 무시하고 넘기기 쉽지만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만성적인 감기나 요통, 두통과 같은 증상에 시달리거나 잠을 자도 피로가 누적되는 것 같고 이전에 비해 더 빨리 더 쉽게 지치는 것 같은 느낌도 주요 증상 중 하나다.
 
이밖에 감정의 소진이 심해 우울하다는 감정을 느낀다거나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아진 것 같고 예전과 다른 열정의 소실, 속이 텅 빈 것 같고 일과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등의 심리적 증상도 무시할 수 없는 번아웃증후군의 신호다.
 
윤현철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번아웃증후군은 시간에 쫓겨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이지만 말 못하고 혼자 끙끙 앓다가 힘에 겨워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라며 "틈틈이 여유를 갖고 편안한 대화, 운동, 여가활동 등을 통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극복에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번아웃증후군의 증상 수준이 심각해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거나, 장기간 지속될 경우 전문가를 찾아 상담 및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몸과 마음이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만큼이나 지인이나 전문가 등과의 솔직한 대화로 치료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사회는 정신건강의학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하다. 기분장애나 가벼운 정신 질환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앓고 있는 증상임에도 불구하고 '정신병'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을 지우기 힘들다. 때문에 대부분 증상을 인식하고 있어도 상담을 꺼리는 이들이 많은 실정이다.
 
윤현철 교수는 "번아웃증후군이 육체적인 부분 보다는 마음의 병의 일종으로 꼽히는 만큼 마음을 열어 스스로의 상태를 털어놓고,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서로의 아픔을 아우를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번아웃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혼자 고민하기 보단 전문가나 주변인에게 털어놓는 것을 시작으로 가급적 업무 시간 내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 후엔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또 적극적인 취미 생활이나 운동 등 능동적인 휴식 시간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현대인의 마음의 병으로 꼽히는 번아웃증후군 완화를 위해선 주변인이나 전문가와의 대화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사진/고대 구로병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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