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은둔형 창업자로 불리던 포털·게임 정보기술(IT) 업계 창업자들이 소통 행보에 나섰다. 업계 대내외 환경 변화에 맞춰 창업자들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인다는 평이 나온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뉴시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노사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 일정을 조율 중이다. 지난해 4월 노조 창립 이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15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단체협약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 교섭에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직접 나설 전망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이 GIO는 지난 1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12일 한국에 돌아갈 예정으로 그 이후로 날짜를 빠르게 잡아보자"며 "토론회도 건강하게, 투명하게, 네이버답게 생중계로 해보자"고 제안했다.
이 GIO는 지난 2017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네이버 글로벌 사업 확장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사실상 국내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지속해서 이 GIO의 교섭 참여를 요구하던 상황으로 이 GIO가 노조와의 대화에 나서겠다고 나서며 교섭 타결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카카오
카카오와 엔씨소프트의 창업자는 대외 활동을 늘리는 중이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기술 협업의 '사회적 가치'를 대외적으로 강조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카카오 기업 재단 카카오임팩트가 처음 선보인 플랫폼 '100up'을 공개하며 사회적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월 '100up 해봄' 콘퍼런스에서 "문제가 가진 모순을 제대로 정의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야 문제 해결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며 "플랫폼을 만들어 사회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고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up은 개인·단체가 특정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이에 대한 원인을 찾아 해결방법을 제안하는 플랫폼이다. 카카오임팩트는 콘텐츠 디자인·비용 등을 지원한다. 현재까지 폭력·주거난·환경 등 다양한 문제가 100up에 올라와있다.
엔씨 창업자인 김택진 대표는 청와대·정부 부처와 만나 규제 완화 목소리를 높였다. 올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업계 규제에 대한 문제점을 건의했다. 지난달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면담과 13일 대통령 스웨덴 순방에 동행하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와 같은 업계 전반의 문제점도 해결되리란 기대감도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김 대표가 업계 리더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나름의 방법으로 청와대·정부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창업자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기술·서비스 개발에만 몰두하던 IT 업계 창업자들이 소통에 나선 데에는 산업 성숙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년 동안 성장해온 IT산업에서 최근 크고 작은 대내외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직접 나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IT업계 한 전문가는 "신산업으로 평가받던 IT업계도 20년이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창업자들도 대내외 문제에 대한 소통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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