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윤석열 청문회, '정쟁의 장' 돼선 안 돼
2019-06-20 06:00:00 2019-06-20 06:00:00
"아무리 국정감사장이지만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지난해 10월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등 국감에 출석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장모의 사기 사건 연루 의혹 및 윤 지검장의 장모 관련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내뱉은 말이다.
 
당시 장 의원은 윤 지검장 장모로부터 30억원의 사기 피해를 봤다는 피해자들을 소개하면서 "장모의 대리인은 구속돼 징역을 사는데 주범인 장모는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중앙지검에도 사건이 있는데 수사를 안 하고 있는데 배후에 윤 지검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윤 지검장은 "몇십억 손해 입은 게 있으면 민사 및 형사 고소를 할 텐데 저는 사건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반박하자 국감장이 시끄러워졌다.
 
국감 취지와 상관없는 의혹 제기로 물든 볼썽사나운 장면이 이르면 이달 반복될지도 모르겠다. 17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 지검장은 다음 날 준비단을 꾸려 본격적인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비할 방침이다. 검찰총장은 국회 동의가 없어도 임명되지만, 앞으로 검찰총장으로서 행보를 생각할 때 청문회를 소홀히 준비할 수 없다.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8일 "검찰을 정권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음흉한 계략을 반드시 청문회로 저지해야 한다"며 "전략을 다변화하고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그 첫 번째 과제가 윤 지검장 청문회"라고 강조했다. 청문회를 무대 삼아 현 정부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 말대로라면 결국 지난해 국정감사에 이어 이번 윤 지검장의 청문회에서도 야당의 흠집내기식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윤 지검장 임명 직후에도 '문재인 인사', '코드 인사'라며 윤 지검장이 그간 야권 인사를 강압적으로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청문회는 후보자가 자격이 되는지를 검증하는 자리다. 검·경수사권 조정 및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검찰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처음부터 현 정부를 깎아내릴 목적으로 후보자 흠집내기식 청문회를 진행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설사 정치적 목적은 이뤘을지 몰라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윤 지검장의 65억원 재산과 장모의 사기 사건 연루 의혹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넘쳐난다면 그것은 검찰총장의 자질을 검증하는 청문회가 아니라 정쟁의 장일 뿐이다.
 
김광연 사회부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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