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한동안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사태가 허가취소와 형사고발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 회사 입장에선
20년간 공들인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의 추락을 지켜봐야하는 동시에 식약처를 비롯한 환자단체의 소송을 걱정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
새드엔딩(Sad ending)을 향하고 있는 인보사 사태 속 가장 아쉬운 대목은 회사의 대응이다. 인보사 사태의 근본은 세포 변경이다. 국민의 생명과 연관된 의약품 허가를 관장하는 기관에 신고해 승인받은 물질이 아닌 다른 성분으로 개발된 의약품이 허가를 받았고, 1년 반이 지나서야 밝혀졌다. 이는 허가 당사자인 식약처가 책임을 면피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외 진출의 불을 당길 미국 허가 이전에 밝혀져 망신을 덜 당한 게 위안이 될 정도다.
해당 사실을 모른 채 처방받은 환자들을 비롯해 국민들이 경악한 부분은 유효성과 안전성이 아니다. 회사 측이 해당 사실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조작·은폐하면서까지 블록버스터를 탄생시키고자 했던 욕심과 도덕적 해이가 사태의 핵심이다.
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은 사태 첫 날부터 품목허가 취소 이후까지 안전성과 유효성만 앞세운 지엽적 논리를 펼치고 있다. 돌이켜보니 주세포 성분에 착오가 있었지만, 결국 유효성과 안전성은 정부도 인정했으니 유감스럽고 미안하지만 그 가치를 알아달라는 식이다.
성분 변경을 국내에 공식적으로 처음 알린 자리에서도, 허가취소가 결정된 이후에도 겉은 사과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유감표현에 가까웠다. 특히 28일 오전 식약처가 품목허가 취소를 발표하며 회사 측이 제출한 자료를 허위로 결론내린 뒤, 늦은 오후에나 나온 입장문은 말미 한 문장의 사과 외에 회사의 결백함과 함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장황한 설명으로 한 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을 할애했다.
자체 기술로 빚어낸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의 몰락을 바라봐야 하는 회사의 심경도 이해는 간다. 연구진을 비롯한 모든 구성원들이 쏟은 피땀을 폄하하자는 것도, 조작·은폐 결론을 놓고 코오롱을 희대의 파렴치한으로 낙인찍자는 것도 아니다. 의약품 개발에 있어 제1 덕목이 안전성과 유효성인 점도 맞다.
하지만 그토록 '결과적'인 안전성과 유효성의 가치를 모두가 알아주길 바란다면, 자신들의 과오가 환자와 국민을 기만했다는 결론에 도달한 점 역시 깨달아야 한다. 인보사의 진정한 가치를 바라봐 주길 바랐다면, 스스로 진정성을 보였어야 했다. 코오롱의 가장 큰 실수는 기술적인 부분이 아닌, 과오를 성과로 가리려 한 안타까운 도덕적 해이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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