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앞 대로변.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이 곳은 보통 주말에 한산하지만 이날은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곳곳에 줄을 섰다. 이날 이 곳에서 서울시·국토교통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열린 '상암 자율주행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다.
SK텔레콤의 5G 자율주행 버스. 사진/박현준 기자
누리꿈스퀘어 앞에서 SK텔레콤의 전기 자율주행 버스에 올랐다. 당초 25인승인 이 버스는 내부에 각종 디스플레이가 설치되며 6인승으로 개조됐다. 버스가 출발하며 자율주행 모드가 가동되자 운전자는 핸들에서 손을 놓았다. 직진을 하던 버스는 잠시 후 전방의 정지 신호를 인식해 정지선에 멈췄다. 버스는 라이다 장치를 통해 전방의 신호등·표지판·사람·자전거 등을 인식했다. 신호등의 정보가 버스로 전송돼 출발 신호까지 남은 시간도 표시됐다.
"3.2.1 땡"
운전자가 남은 시간을 읽자 전방의 신호가 출발 신호로 바뀌었다. 신호를 인식한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차량 내부에는 10여대의 크고 작은 디스플레이들이 설치됐다. 운전자 바로 뒤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에는 전방의 차량에서 찍은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송돼 나타났다. 화면에는 차량과 사람, 표지판 등이 인식된 모습이 나타났다. 영상정보들은 모두 5세대(5G) 통신망을 통해 전송됐다. 버스에 동승한 김영락 SK텔레콤 뉴모빌리티TF장은 "버스는 5G 상용망에 연결돼 정보를 주고 받는다"며 "이러한 단말기들이 내년까지 서울시 1700여대의 버스와 택시에 설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에 있어 5G망이 필요한 이유는 저지연성때문이다. 기존 LTE(롱텀에볼루션)의 지연속도는 50~100ms인 반면 5G는 10~20ms에 불과하다. 급하게 출발하거나 정지해야하는 긴급상황에 지연속도가 짧은 5G망이 필수적이다.
김 TF장이 설명을 하는 순간 버스 앞에 보행자 모습의 모형이 나타났다. 버스는 이를 인지하고 보행자 앞에 멈춰섰다. 보행자 모형이 버스를 지나가자 이를 인지한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이날 디지털미디어시티 사거리부터 월드컵 6단지에 이르는 월드컵북로 약 1.1km 거리를 10~20km의 속도로 달린 버스는 약 10분만에 운행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운행의 절반은 자율주행으로, 나머지 절반은 보다 신속한 운행을 위해 수동으로 진행됐다. SK텔레콤은 서울시로부터 30km 이하로 운행한다는 조건으로 자율주행 허가를 받았다. 이 버스는 자율주행 레벨 3단계다. 3단계는 자율주행으로 운행하지만 긴급 시에 운전자가 수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SK텔레콤 자율주행 버스 앞에 보행자 모형이 나타나자 버스가 멈춰선 모습. 사진/박현준 기자
SK텔레콤 자율주행 버스 내부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에 앞차가 찍은 영상이 전송된 모습. 사진/박현준 기자
이날 월드컵북로에는 SK텔레콤뿐만 아니라 KT·스프링클라우드·언맨드솔루션·SWM·국민대·연세대 등이 제작한 총 7대의 자율주행 차량이 운행 및 전시됐다. 버스들은 통제된 차선을 통해 운행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월드컵북로 디지털미디어시티 사거리~월크컵파크6단지 사거리 구간 양방향 8차로 중 6개 차로를 통제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총 17개 기업 및 학교들은 자율주행 택배 차량, 로봇택배를 비롯해 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즐기는 열기구와 잠수함 등을 전시하며 시민들에게 체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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