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재일교포 간첩조작 사건, 국가를 대표해 사과"
오사카 재일동포들과 간담회 주최…"한일 우호협력관계 노력할 것"
2019-06-27 21:01:25 2019-06-28 14:44:35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박정희·전두환정권 시절 자행된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과 관련해 "독재권력의 폭력에 깊이 상처 입은 피해자분들과 가족들께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해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2박3일 일정으로 일본 오사카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사카 재일동포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군부 독재시절, 많은 재일동포 청년들이 공안통치를 위해 조작된 간첩사건의 피해자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재심으로 무죄판결이 이어지고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받기도 하지만, 마음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고, 빼앗긴 시간을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며 "정부는 진실을 규명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과거 군사독재 정부에서 조작됐던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 관련자만 160여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1970~1980년대 국군보안사령부(군 보안사)는 모국으로 유학 온 다수의 재일동포들을 영장 없이 연행해 불법구금하고 고문수사를 가했다. 그들을 간첩으로 몰아 공안 정국을 조성하고,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 위해서였다.
 
한편 오사카 동포간담회는 지난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간담회를 개최한 이래 8년 만이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오사카에 체류한 것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이래 21년 만이다. '대한민국은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간담회에는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 6.25 참전유공자 및 민주화 운동 관련 인사 등 재일동포 370명이 참석했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 납치된 조선 도공의 후손인 제15대 심수관 선생, 강제징용 조선인 노동자의 집단 거주지 우토로 마을의 주민대표와 함께 한일 교류에 공헌하고 있는 현지 일본인들도 다수 초청됐다. 역사는 기억하되 양국 교류는 늘려야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해온 재일동포들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밝히면서 "양국 국민 간의 교류와 만남, 이해와 협력은 한일 양국이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면서 "정부도 여러분이 해오신 것처럼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한일 우호협력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7일 오사카 뉴오타니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사카=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