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산업1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많은 의미를 남겼다. 30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인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후 한미 정상 회담에 이어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 자유의 집에 입장하면서 한동안 정체됐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축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재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예상됐던 ‘화웨이 청구서’를 내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도했다. 자칫 양자택일을 강요당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의 유탄을 맞을 수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벗어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 본사, 롯데타워 건물을 예로 들며 감탄했다는 발언을 하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기도 했다.
물론 국내 기업인 대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당부드린다. 투자를 하기 지금보다 더 적절한 기회는 없다”면서 대미투자 확대를 요구했다. 여력이 없음에도 무리하게 투자를 해서는 안되겠지만 미국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이 된다면 적기에 투자를 하는 것은 기업의 지속 성장에 플러스 요인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롯데그룹이 지난달 3조6000억원 규모의 대미투자가 언급됐고 손경식 CJ 회장은 최대 10억달러 규모의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를 들어, 현대차그룹의 경우 중국 베이징 1공장(현대차), 옌청 1공장(기아차)의 가동을 중단했고 향후 추가적인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인도, 동남아 등 신흥 시장 개척에 나섰다. 반면, 미국시장에서는 부진을 딛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초 기아차 ‘텔루라이드’의 판매호조에 하반기 현대차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V80’ 등이 SUV 라인업 강화로 인해 성과를 낸다면 대미투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몇년간 중국 당국은 사드 배치 등을 문제삼으며, 자국 산업 보호 및 국내 기업에 불이익을 줬고 이로 인해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업종에서 국내 업체의 점유율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또한 화웨이의 ‘백도어’ 논란은 현재 진행 중이며, 기업 브랜드는 물론 국가 신뢰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대미 투자를 확대한다고 해서 기업 실적이나 나아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 단기적인 성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와 기업의 성장 발판이라는 두 마리 토기를 잡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면 대미 투자도 고민해 볼 만 하지 않을까.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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