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조합비 인상 놓고 '노-노갈등' 조짐
집행부, 조합원 급감·파업 등 운영비 부담으로 인상 방침
조합비 2배 인상시 노조 탈퇴 반대 의견도…노조 힘 분산 가능성
2019-07-09 06:00:00 2019-07-09 06:00:00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조합비 인상을 놓고 내부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한편에서는 노조원 급감 및 법인분할 무효화 투쟁 등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다른 편에서는 조합비 인상이 부담스럽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측 간 갈등이 확산할 경우 노조의 힘은 분산될 수밖에 없어 집행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비는 현재 매월 기본급의 1.2%인 2만2182원이다. 이를 통상임금으로 조합비 산출 기준을 바꿔 통상임금의 1%(3만8554원), 또는 1.2%(4만6265원)로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과 비교해 두배 가량 오르는 셈이다. 
 
집행부는 조합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015년부터 지속된 구조조정을 저지하기 위해 5년간 파업투쟁을 벌이면서 지부 재정이 줄었다는 것. 노조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35억원 규모의 조합비를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올해 계속될 법인분할 저지 및 무효 파업투쟁에 운영비 등의 부담이 늘어나는 데다 각종 소송, 생계비 지급 등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31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물적분할 안건을 승인한 바 있다.
 
조합원 급감도 조합비 인상 원인으로 풀이된다. 노조에 따르면 조합원 수는 지난 2015년 1만8088명으로 전년 대비 830명 줄어든 후, 2016년 1만6679명, 2017년 1만3815명, 2018년 1만3681명, 올 6월 1만460명으로 지난 5년간 7600여명 감소했다. 노조는 향후에도 조합원 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판단하며 이를 대비해 안정적인 조합비 확보가 필수라는 것이다.
 
이에 지난달 28일 운영위원회에 조합비 인상안을 상정했으나 통과하지 못했다. 조합비 2배 인상이 과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조합비를 인상할 경우 노조에서 탈퇴하겠다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반면 노조가 어려운 상황이니 조합비 인상을 받아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조합원들간 논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는 현재 사측과 물적분할 무효화 소송을 벌이고 있으며 임금·단체협상 교섭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조합비 인상에 따른 노조간 대립이 노조 힘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단 노조 집행부가 진화에 나섰다. 우선 노조원들에게 조합비 인상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뒤 조합비 인상안을 운영위원회에 재상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운영위에서 통과되면 대위원대회에서 조합비 인상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지난 한달간 지단별 설문조사를 통해 조합비 인상에 대한 현장 여론 수렴을 했다. 조합비를 통상임금의 1%이나 1.2%로 바꿀지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달 중으로 대위원대회를 개최해 조합비 인상안을 상정할 것이며 앞으로도 노조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조합비 인상 배경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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