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증권형토큰발행(STO) 시장에 진출하려는 업계 움직임이 활발하다. STO는 회사 주식이나 부동산, 천연자원, 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증권 형태의 토큰으로 발행해 투자를 유치하는 방법이다.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백서만 보고 투자하는 ICO(암호화폐발행)과 달리 투자자 신뢰를 얻기 용이하다. 다만 STO를 추진하는 프로젝트들은 국내 규제 상황이 불확실한 탓에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미국, 홍콩과 같이 합법적으로 STO 규정이 마련된 해외시장에서 본격적인 사업 진출에 나섰다. 커져가는 STO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자산 토큰화 플랫폼을 출시하고 STO 거래소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STO 시장은 기관 자금이 유입되고 관련 규제가 정착하면서 2030년까지 2조달러(약 2364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기업 코드박스는 미국과 독일,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가의 프로젝트들과 협업해 디지털 증권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STO 플랫폼인 '코드체인' 메인넷을 출시하며 STO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코드체인은 미술품과 음원,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통해 증권형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디지털 자산으로 공유,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서광열 코드박스 대표는 "국내외 여러 고객사들과 미술품, 음원 등의 자산을 토큰화하는 서비스를 곧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도 국내외 블록체인 기업들과 손잡고 증권형 토큰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빗썸은 코드박스와도 다각적인 협업을 통해 증권형 토큰 발행과 플랫폼 구축 등 공동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STO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실물자산의 유동화 수단으로 부상한 STO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커서 글로벌 기업과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공격적으로 플랫폼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재원 빗썸 대표(오른쪽)와 서광열 코드박스 대표가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빗썸 본사에서 STO 사업을 위한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빗썸
다만 코드박스와 빗썸 모두 해외시장 진출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빗썸은 STO 거래소 설립을 추진하며 미국 핀테크기업 시리즈원과 손잡고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대체거래시스템(ATS) 허가를 신청해놓은 상태다. 코드박스 역시 해외 프로젝트가 주력이다. 서 대표는 "해외 프로젝트의 경우 증권형 토큰으로 발행되지만, 국내에서 진행하는 경우는 실제 증권 형태로 발행되지는 않은 예정"이라며 "미술품을 토큰화해 서비스할 때 해당 미술품을 여러 명이 나눠 소유하는 공동소유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TO 관련한 국내 규제 상황이 정비되지 않아 해외에서 성공 사례가 나온 이후에야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아예 미국 자회사를 통해 증권거래위원회(SEC)의 STO 허가를 받은 경우도 있다.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인 청정개발체제(CDM) 개발업체 씨피이셀은 지난 5월 미국 자회사 아메트액티오의 SEC 등록 승인을 받았다. 이를 통해 탄소배출권 거래 시스템 개발을 위한 STO를 추진할 계획이다. 유재수 씨피이셀 대표는 "합법적인 STO를 허용하고 있는 미국에서 SEC 승인은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투자를 약속하는 방법 중 하나"라며 "블록체인에 의한 자금유치 방법인 ICO가 금지된 한국에서 벗어나 미국 진출을 통해 기업 신뢰를 제고하려는 목적으로 SEC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증권법상 면제 규정을 통해 STO를 허용하는 미국을 비롯해 구체적인 STO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는 여러 해외 국가들과 달리, 국내에는 뚜렷한 STO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증권형 ICO(STO)에 대해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뚜렷한 처벌 규정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 이에 블록체인 컨설팅업체 블록노드커뮤니케이션즈는 법무법인 한별과 국내 규제 준수형 STO 체계를 구축하고, 유망 프로젝트들이 합법적으로 개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권단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국내에서 STO 규제 관련 법률이 마련된 상황이 아니라 자본시장법을 준수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면 증권형 토큰 발행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다만 금융당국이 부정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입장에서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