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상반기 연이은 악재에 우울하게 하반기를 맞은 국내 바이오 업계가 다음달부터 주요 기업 과제들의 성패를 가늠할 결과를 잇따라 내놓는다. 줄지은 악재에 전반적인 업계 신뢰도가 하락한 만큼, 개별 기업은 물론 제약·바이오 업종 자체에 대한 옥석가리기 시기로 작용할 듯 보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과 헬릭스미스, 메지온 등은 다음달부터 잇따라 주요 파이프라인 막바지 임상 결과를 내놓는다. 각 사별 개발 중인 신약을 통해 그동안 국내 바이오 업계 기대감 상승을 주도해 온 기업들인 만큼 결과에 따라 업계 분위기 쇄신도 가능하다.
바이러스 항암제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신라젠은 다음 달 중순쯤 무용성 평가 결과를 공개한다. 무용성 평가 결과가 개발 중인 치료제의 효용 가치를 판단, 임상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만큼 향후 개발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발표가 될 전망이다.
헬릭스미스는 9월 말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VM202-DPN)의 글로벌 임상 3상 탑라인 결과를 발표한다. 탑라인은 임상 초기결과에 해당하는 중간발표 성격을 갖는다. 또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VM202가 향후 6개월 내 루게릭병, 마약성 진통제 감소, 허혈성 파행, 당뇨병성 족부궤양, 샤르코마리투스 등을 적응증으로 한 임상 계획을 지니고 있는 만큼 향후 회사 일정을 좌우할 지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라젠과 헬릭스미스는 지난 30일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3, 4위에 해당하는 기업들이다. 각사 결과 발표에 따라 큰 폭의 주가 등락이 예상되는 만큼, 단순 기업가치 평가뿐만 아니라 자본시장 전반에 걸친 분위기를 좌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 하나의 막바지 임상 결과 발표를 앞 둔 기업인 메지온은 지난 23일 선천성심장질환 치료제 '유데나필'의 미국 임상 3상 결과 데이터 확인 및 취합을 확정짓는 '데이터 록업(Data Lock-Up)'을 마무리했다고 공시했다. 데이터 통계화 작업이 마무리 이후 이어질 탑라인 발표는 당초 이달 이뤄질 계획이었으나 계약관계에 따라 발표가 지연, 수개월 내 발표를 계획 중이다.
임상 결과 발표는 아니지만 다른 기업들의 주요 일정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보툴리눔 톡신 기업 메디톡스의 중국 품목 허가는 8월 내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이며, 분식회계 증거인멸과 관련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세번째 공판준비기일도 같은 달 26일 예정돼있다. 이밖에 종근당의 첫 바이오시밀러 '네스벨(일본)'과 SK바이오팜의 뇌전증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역시 연말 쯤 최종 허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긴 호흡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바이오 특성상 기대 심리가 현재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 한다"라며 "그동안 기대감으로 기업가치가 형성된 기업들의 진짜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결과 발표들이 하반기에 몰려있는 만큼, 최근 업계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