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낮은 물론 밤까지 이어지는 열대야에 잔뜩 지친 하루에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더위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는 물론 두통, 소화불량 증상까지 보이는 열대야증후군을 겪기도 한다.
열대야에는 잠을 잘 때 체내의 온도 조절 중추 흥분에 의해 각성 상태가 돼 심박수가 증가하게 된다. 이는 깊은 수면을 취할 수 없어 렘(REM) 수면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대야에 시달린 다음날 아침은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피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열대야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행해지지만 잘못된 상식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무더위로 인한 불면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침실의 온도와 습도를 적당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잠자기에 적절한 온도는 18~20도, 습도는 50~60%이다. 자기 전에 에어컨을 가동해 실내를 적정 온도로 미리 낮춰 두는 것이 좋다. 다만 에어컨 온도가 너무 낮게 설정 돼 체온이 과도하게 내려가거나,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신체에 닿게 되면 냉방병에 걸릴 수 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찬물로 샤워를 하는 것은 오히려 불면증을 가중시킨다. 갑작스런 찬물이 몸에 닿게 되면 중추신경을 오히려 흥분시키고 피부 혈관이 일시적으로 수축됐다가 확장돼 체온이 상승한다. 잠자리 들기 1~2시간 전에 36~38도 정도의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잠들기 위해 음주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최악의 방법이다. 알코올은 겉으로는 잠에 들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깊은 잠을 자기 어렵게 만든다. 알코올의 수면 유도 효과는 일시적이며 오히려 알코올 분해과정에서 중추신경을 자극해 각성효과를 일으킨다. 또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만들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억지로 잠을 청하기 위해 몸을 혹사시키는 정도의 고강도 운동은 오히려 숙면을 해친다. 격렬한 신체활동은 체온을 높이고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깊은 잠을 방해한다. 야간 운동은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전에 끝내는 것이 좋으며 가벼운 걷기나 스트레칭 등 간단한 운동이 좋다.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TV, 모니터, 스마트폰 등에서 나오는 소음과 블루라이트는 뇌를 각성시켜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를 저해한다. 따라서 조명을 최대한 낮추고 잠들기 2시간 전부터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음식 섭취도 유의해야 한다. 식사시간은 일정하게 맞추고 저녁에 과식을 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잠들기 전의 야식은 자는 동안 소화가 어려워 비위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허기가 져 잠이 오지 않을 때에는 트립토판 성분이 함유돼 심신을 안정시키고 숙면을 돕는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것이 도움된다.
모은식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잠이 오지 않는 데도 억지로 누워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히려 불면증을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쉽게 잠을 청하지 못할 때에는 잠자리를 벗어나 독서를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등 단순한 행동을 하며 잠이 올 때까지 기다려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무더위 속 열대야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 서울 시민들이 한강변에 나와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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