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기의 알고보면 쓸모있는 블록체인)기축통화 기술을 일본에 넘긴 조선의 운명과 암호화폐
2019-08-13 06:00:00 2019-08-13 06:00:00
조선 왕조실록에 따르면 1503년 양인 김감불과 노비 김검동이, 납(鉛鐵)에서 은(銀)을 분리하는 '회취법(灰吹法)'을 연산군이 보는 앞에서 시연에 성공했고, 이후 조선은 세계 최첨단 은 생산기법을 이용해 함경남도 단천에서 대규모 은광을 개발했다. 그러나 연산군을 몰아낸 중종은 사치문제와 조세 부담을 이유로 은의 생산을 중단시켰다.
 
이 기술은 1530년대 일본으로 밀반출돼 '이와미 광산'에서 은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렸고, 볼리비아의 포토시 은광을 보유한 스페인에 이어 일본은 세계 2위의 은 생산국이 됐다. 당시 포토시 은광은 수은(水銀)을 이용한 후진적인 방법으로 은을 생산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84년 이와미 광산을 장악한 것이 일본을 제패하는 힘이 됐고, 1592년 임진왜란을 일으킨 히데요시의 군사력은 조선에서 넘어간 은생산 기술이 큰 몫을 했다. 일본은 은을 지급하고 유럽에서 화승총을 구매해 자체적으로 조총을 대량 생산한 것이다.
 
조선이 은을 계속 대량 생산했다면 국제 기축통화 최대 생산국으로 부상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본을 부강케 해 조선이 침략당하고 일본의 식민지가 된 데에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 못한 조선의 지도층에 책임이 있다.  
 
18세기 대영제국 시대에 국제 무역은 기축 통화는 은(Silver)이었다. 1차산업혁명과 식민지 경영으로 대량의 은을 과점하고 있던 영국은 중국의 차와 비단과 도자기를 대량 수입해 은이 고갈되었고, 수입을 별로 하지 않은 중국의 은을 대량 보유하게 돼 국제 무역용 기축통화의 불균형이 심각해졌다.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영국은 인도에서 아편을 생산해 중국인을 마약중독자로 만드는 만행을 저지르며 은을 뽑아갔다. 결국 세계에서 가장 추악한 전쟁으로 기록되는 아편전쟁(1840~1860)이 일어났고 영국이 홍콩을 지배하게 된다. 영국은 러시아 프랑스와 연합해 북경까지 공격해 1860년 북경조약이 이뤄졌다. 이로써 사실상 청나라는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달러를 발행하며 유럽으로부터 금을 대량으로 확보한 미국에게 프랑스의 드골대통령이 금태환을 요구하자 1971년 닉슨 대통령은 불환지폐 달러를 선언했다. 그 후 달러의 발행량은 급격히 늘어났고, 실물과 연동 안 된 기축통화 시대가 열렸다.
 
미국은 일본의 경제가 지나치게 달러를 끌어들이자 1984년 플라자 협정을 이용해 일본을 몰락시킨다. 최근의 미국과 중국과의 갈등의 핵심은 미국의 달러가 지나치게 중국으로 집중된 것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기축통화 발행국과 신흥 강국 사이의 갈등은 역사 속에서 계속 발생해 왔다.
 
기축 통화의 모순을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로 설명한다. 국제 시장에 기축통화를 공급하자면 물품 수입을 늘려야 하고 무역적자가 커지면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다.
 
미국이 1950년대 무역적자가 계속되자, 당시 예일대 교수였던 로버트 트리핀(Robert Triffin)은 "미국이 경상적자를 줄이려고 국제 유동성 공급을 줄이면 세계경제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 무역적자가 확대돼 달러가 국제시장에 과잉 공급 되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 자산으로서 신뢰도가 떨어져 기축통화 역할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모순을 설명했다. 
 
패권 국가가 발행하는 기축통화의 모순인 '트리핀의 딜레마'를 비트코인이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잉 공급을 하지 못하게 통제되는 비트코인이 국제 기축통화가 되면 오히려 국제 무역질서가 안정된다는 뜻이다.
 
2017년쯤부터 비트코인은 돈 혹은 화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달러와 비트코인 사이에 기축화폐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통화(Currency)가 교환수단과 회계의 수단이라면, 돈(Money)은 금이나 은처럼 가치의 보전 수단이다.
 
페이스북 연합은 리브라(Libra) 코인으로 국제화폐 경쟁에 뛰어들었고, 중국의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이미 중국에서 가치교환 수단의 대세다. 카카오 연합이 개발하는 클레이튼(Klaytn)도 국제통화로 기능을 추구한다. 블록체인에 바탕한 암호화폐 기술이 국제금융 질서에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 위기를 빠르게 극복했던 힘은 벤처와 인터넷 강국이 되며 3차산업혁명을 주도했던 데에서 나왔다. 대한민국은 암호화폐 기술과 투자에서 세계 3, 4 위에 이를 정도로 강하다. 수출 부진과 중국, 일본과의 갈등 같은 여러 정치 경제적 문제도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이 결합한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면 극복할 수 있다.
 
조선이 세계 최고의 은제련이라는 기축통화 기술을 개발하고서도 방치해서 전란과 식민지배의 고통으로 내 몰렸던 교훈을 잊지 말자.
 
4차산업혁명시대의 새로운 기축통화요 국제 화폐가 될 가능성이 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제도의 정비와 젊은 벤처인들의 분발이 기대된다. 
 
박창기 컬러플랫폼 대표(ckfrpark@gmail.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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