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알바'에 혈세 쏟아부은 정부…국회 "직접일자리 사업 축소해야"
고용부진에 직접일자리 늘려…가성비 떨어지고 질도 낮아져
2019-08-25 06:00:00 2019-08-25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정부가 매년 국민 혈세를 투입해 만드는 일자리 대부분은 일회성 직무 중심이다. 1~2개월짜리 단순 알바 성격의 공공형 일자리로 이뤄지다 보니, 일자리 갯수만 늘리는 데 급급할 뿐 아니라 일자리의 질도 떨어뜨린다. 더구나 단기 일자리 중심으로 진행돼 재정 투입 효과도 낮다. 정부의 재정지원 직접일자리 사업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5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분석한 '2018회계연도 결산'에 따르면 최근 정부 정책방향(2018~2022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중 주요국 대비 비중이 과다한 직접일자리를 축소하고 교육훈련·고용서비스 등 간접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최근 고용이 부진하자 이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직접일자리 사업 비중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정부의 직접일자리 사업 비중은 2017년까지 점진적으로 줄다가 2018년 이후 추세가 일부 반전, 2017년 15.8%에서 올해 16.4%로 확대됐다. 
 
지난해 정부의 재정지원 직접일자리 사업의 대표적인 것은 '최근 고용·경제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을 꼽을 수 있다. 작년 10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이 정책은 고용시장이 악화되자 1058억6800만원의 혈세를 투입해 연내 맞춤형 일자리 5만1106개(공공기관 체험형 인턴 5270명 제외)를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청년실업 완화·재해예방 등 지원이 시급한 일자리'에 219억3900만원, '대국민 서비스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일자리'에 345억9500만원, '어르신·실직자·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소득지원 일자리'에 489억3500만원을 각각 투입했다. 
 
문제는 이들 일자리가 대체로 지난해 11~12월에 진행된 1~2개월짜리 단기 일자리 사업으로, 현재는 대부분 사라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부가 지난해 국립대 학생 1243명을 채용한 '고유가 시대 에너지 지킴이'의 주요 업무는 빈 강의실의 적정온도를 유지하거나 난방 중 문 개방 여부, 공실 소등 등을 단순 점검하는 일이다. 8억400만원을 들여 만든 일자리는 1243명이라는 일자리 창출 실적만 남기고 없어졌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당초 '맞춤형 일자리'는 취업 취약 계층이 장기 실업에서 벗어나 민간 일자리로 취업하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었는데, 이런 식의 단기 일자리는 그런 효과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대부분 일회적 사업으로 진행돼 사후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직접일자리는 취업자 수를 늘려 고용지표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정부가 고용인원을 집계할 때 '임금을 목적으로 주 1시간 이상 일하면 고용인원에 포함된다'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 통학길 교통안내, 쓰레기 줍기 등 경력과 상관 없이 일할 수 있는 '용돈벌이' 성격의 노인일자리는 취업자 수 늘리기에 가장 좋은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지난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취업자 수 증가분(29만9000명)의 70%인 21만1000명이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고용 착시 효과'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직접일자리 사업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공형 일자리가 아닌 민간 분야에서 다양한 직종에 취업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시장형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직접일자리 사업은 원칙적으로 민간 일자리로의 취업을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이라며 "다양한 규모·업종의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실제로 민간 분야에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동열 건국대 교수는 "일자리 재정지원의 효율성 증대가 필요하다"며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 활성화에 재정지출이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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