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조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데, 논란의 차원을 넘어서서 대학입시 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태국·미얀마·라오스 3개국 순방길에 오르기 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당·정·청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대입제도 개선 방향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스펙경쟁 등 일부 부작용이 있는 수시모집을 줄이고 정시를 늘리는 방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그동안 입시제도에 대한 여러 개선 노력이 있었지만, 여전히 입시제도가 공평하지 못하고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면서 "특히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공정의 가치는 경제영역에 한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회 영역, 특히 교육 분야에서도 최우선의 과제가 돼야 한다"며 "이상론에 치우치지 말고 현실에 기초해 실행 가능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조 후보자 가족 의혹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후보자 딸의 대학입시 논란에 민심 이반이 커진 것을 염두에 두고 일종의 유감을 나타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지시와 조 후보자의 거취는 별개라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 후보자 딸의 입시문제가 이명박정부 시절 입시제도에서 벌어진 일이며, 당시 기준으로 별다른 위법요소가 없는 상황이기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당초 여야가 합의했던 2~3일이 아닌 5~6일 혹은 9~10일로 연기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청와대가 아닌 더불어민주당에서 협상할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특별한 사정변경이 생겼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특별히 대응할 게 없다. 당에서 정리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인사청문회가 끝내 무산될 경우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오는 3일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 청문보고서 제출 기한인 2일 저녁까지 국회 협상을 지켜본 뒤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국회가 2차 송부 기한에도 응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이후 조 후보자가 '국민 청문회'나 '기자 간담회' 등을 통해 그간 제기된 의혹 해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에 탑승하며 환송인사들에게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 내외는 5박6일 간의 일정으로 태국을 공식방문하고 미얀마와 라오스를 국빈 방문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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