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페이스북 소송' 발단 상호접속고시 뭐길래
2016년 개정돼 무정산→상호정산으로 변경…CP "망 이용료 부담 늘어"
2019-09-08 12:00:00 2019-09-08 12:00:00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인터넷은 각각의 독립된 네트워크가 서로 접속하는 생태계다. 인터넷망 상호접속(IX)은 인터넷전용회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간 인터넷 트래픽 교환을 위해 서로의 인터넷망을 연동하는 개념이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이 기간 ISP이며 이들이 서로의 인터넷망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한 ISP에만 가입하면 다른 ISP 가입자와도 인터넷으로 연결돼 전세계의 온라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05년 1월 고시 개정을 통해 인터넷망 상호접속을 제도화했다. 기간 ISP들에게 인터넷망 상호접속 의무를 부여하고 시장 지배력이 높은 개별 ISP가 접속을 거부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취지였다. 소비자들의 ISP 선택 범위도 넓어졌다. 이때까지는 동일 계위간 접속에 대해서는 무정산 방식이었다. 가령 ISP 중 A 사업자의 가입자가 B 사업자의 망을 통해 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해 트래픽이 발생하더라도 A·B 사업자들이 서로 망 사용료를 주고받지 않았다. 어차피 서로 접속을 허용해야 자사의 가입자들이 편리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인터넷망 상호접속고시가 개정되면서 이같은 동일 계위간 무정산이 상호정산방식으로 바뀌었다. 접속료 정산방식은 기존 용량(bps)에서 트래픽(byte) 기반으로 변경됐다. 인터넷 트래픽 증대에 대응해 실제 트래픽양에 기초한 정산체계를 마련하고 인터넷 시장참여자간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였다. 여기서 페이스북의 접속경로변경 문제가 시작됐다. 페이스북은 한국에는 KT에 캐시서버를 두고 사용료를 지불하며 해외의 자사 서버의 콘텐츠를 받아왔다.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에 접속할 때마다 해외 서버까지 트래픽이 갔다 오려면 시간이 더 걸려 원활한 서비스 이용이 어렵다. 때문에 국내 캐시서버에 콘텐츠를 미리 받아놓고 한국 이용자들의 트래픽은 국내 서버까지만 오가면 페이스북 이용에 지장이 없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KT의 캐시서버를 통해 자사 인터넷 가입자들에게 페이스북 콘텐츠를 제공했다. ISP들은 서로 접속료를 주고 받지 않았다. 하지만 상호접속고시가 동일계위간 상호정산방식으로 개정되면서 데이터를 보내는 KT가 데이터 전송비를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게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늘어난 KT의 비용 부담 데이터 사용을 유발하는 콘텐츠 제작사(CP)인 페이스북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에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의 접속경로를 KT 캐시서버에서 홍콩 서버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양사 가입자들은 페이스북 접속이 기존보다 느려지는 불편을 겪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문제 삼아 페이스북에게 3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1심 판결에서 승소했다. 
 
이상우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이 지난 6일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기자단 스터디에서 상호접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현준 기자
 
이번 판결이 상호접속고시 개정 논란에 미치는 영향은 없겠지만 국내와 해외 CP의 망 사용료 역차별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CP들은 ISP들에게 연간 수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만 페이스북과 구글 등 해외 CP들은 유발하는 트래픽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우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우체국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단 스터디에서 "국내·외 CP들의 역차별 문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와 사업자들이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상호접속고시 개정으로 하위 ISP인 중소 SO들의 요금 부담이 늘어났으므로 그들의 부담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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