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제약업계 1위 유한양행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약 개발 분야에서 존재감을 발하고 있다. 적극적인 공동 연구개발과 파이프라인 도입을 기반으로 오랜기간 지켜온 선두자리에도 불구, 고질적 약점으로 지적돼온 높은 상품 매출 의존도 꼬리표를 떼나가는 분위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최근 1년 새 3건의 굵직한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키며 신약 개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3건 가운데 2건이 총 계약 규모 1조원을 넘는데다, 상대들 역시 길리어드와 얀센, 베링거인겔하임 등 손에 꼽히는 글로벌 제약사들이다.
유한양행은 2014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연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하며 줄곧 선두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붙박이 선두에도 불구 유한양행에 대한 저평가가 있었다. 국내 제약사들이 높은 R&D 투자비중으로 신약개발 역량을 기르고 있는 가운데 지나치게 상품매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올 상반기 유한양행의 전체 매출 7043억원 중 상품매출은 3796억원으로 53.9%에 달한다.
이런 유한양행이 최근 분명히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얀센바이오텍과 단일 항암제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2억55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에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표적 항암치료제 '레이저티닙'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1월 길리언드사이언스와 약 8800억원 규모의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신약 후보물질의 글로벌 판권 기술이전 계약을 연달아 성사시켰다.
이어 지난 7월에는 베링거인겔하임과 NASH를 비롯한 관련 간질환 치료용 신약 후보물질의 공동개발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 또 하나의 1조원 이상의(총 기술수출 금액 약 1조46억원) 대형 계약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1년 새 신약 개발과 관련된 3건의 기술이전과 2건의 1조원 대 계약을 따낸 셈이다.
이는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의 뚝심에 기인한 성과라는 분석이다. 이 사장은 지난 2015년 3월 대표 취임 시부터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에 무게를 실어왔다. 실제로 이 사장 취임 첫해 신약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에 2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한 유한양행은 취임 초기 10개 미만이던 신약 후보물질을 현재 30개 가까이 구축한 상태다. 지난 2014년 5.7%에 불과했던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 역시 올 상반기 9.8%까지 껑충 뛴 상태다.
최근 이어진 대형 기술수출 역시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과로 풀이된다. 레이저티닙의 경우 지난 2015년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에서 도입한 파이프라인이고, 7월 기술이전한 NASH 신약 후보물질 역시 제넥신의 long-acting(HyFc)기술을 접목한 자체 개발 물질이다. 특히 NASH 신약 후보물질은 바이오의약품과 관련해 다른 기업과의 첫 협력 사업에서 굵직한 성과를 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유한양행 소속 연구원이 의약품 개발을 위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한양행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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