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법무부가 아닌 윤석열 검찰총장을 이례적으로 지목해 '검찰개혁안' 마련을 주문했다. 서초동에서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지 이틀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조국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인권을 존중하고 민생에 집중하는 검찰권 행사 및 조직 운용 방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 윤 총장은 없었지만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에게 지시한다"면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검찰 내부의 젊은 검사들, 여성 검사들,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들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검찰이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올리는 등 검찰개혁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며 정치지향적으로 행동한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직접 검찰개혁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실제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 목소리가 매우 높다. 모든 공권력은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하며 특히 권력기관일수록 더 강한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면서 검찰조직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에게도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검찰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라"면서 △검찰권 행사 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의 개선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에 관해 법무부와 검찰은 함께 개혁의 주체이고, 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법무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후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35분간 진행된 법무부 업무보고는 문 대통령이 지난 27일 직접 지시해 이뤄졌다.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이 공식 대면한 것은 지난 9일 신임장관 임명식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에는 법무부 차관, 검찰국장, 검찰개혁단장이 함께했지만 윤 총장은 배석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으로부터 '검찰 형사부·공판부 강화'와 '피의사실 공보준칙 개정' 등의 방안을 보고받고 "모두 검찰 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당장 그 내용을 확정하고 추진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위축시킨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와 검찰개혁단 등을 통해 검찰 구성원들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더 수렴하고 내용을 보완해, 장관과 관련된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내용을 확정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그렇게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아울러 조 장관은 공석으로 지연되고 있는 대검찰청 감찰부장과 대검찰청 사무국장의 인사를 건의했고, 문 대통령은 수용의 뜻을 밝혔다. 청와대는 "특정인을 거론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법무부가 윤 총장을 견제할 만한 인사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조국 장관에 대한 검찰수사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통령이 수사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난 27일 대통령 발언도 수사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수사 관행이 잘못된 점을 말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그러한 생각은 비단 대통령 한 사람만의 생각은 아니다. 사법개혁 관련 여론조사에서 과반 이상의 높은 숫자를 나타내는 등 사법개혁에 대한 열망이 국민들 사이에서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초동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그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숫자의 사람들이 모였다"면서 "국민들이, 수많은 사람들이 다함께 촛불을 들고 한 목소리를 외쳤다는 것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법무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후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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