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한국은 OECD국가 중 일본 다음으로 가장 비만율이 낮은 국가(2016년 기준)다. 하지만 최근 성인 비만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 비만인구는 2016년 기준 34.8%를 기록했고, 2020년에는 39%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30대 이상 남성에서 비만을 주의해야 한다.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만 19세 이상 남성 5명 중 2명이 비만이었다. 여성은 4명 중 1명꼴로 남성에 비해 적은 편이다. 무엇보다 40대 남성의 비만율은 49.0%로 2명 중 1명이 비만인 셈이다.
세계적으로 '비만 타파' 열풍이 부는 것은 비단 외모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이 비만할수록 사회적 의료비용 지출이 커지는 경제적 측면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내년 비만으로 유발된 암·당뇨병·심혈관질환 사망자가 전체 사망자의 73%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비만은 그 자체로도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OECD에 따르면 비만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수명이 10% 감소할 뿐 아니라 소득이 18% 적었고, 건강관리비용은 25% 증가했다.
비만을 관리하는 유일한 방법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기'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교과서적인 이야기는 체중감소에 큰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다이어트는 100미터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다. 두 세달 속세와 인연을 끊고 도 닦듯이 칩거해 체중을 뺀다고 해도, 그 방법을 평생 지속할 순 없다. 때문에 체중감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의 습관부터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장 굶으며 체중을 감량하기보다는 호흡을 길게 갖고 식습관부터 바꾸는 것이 필수다.
조민영 365mc 천호점 대표원장은 "신체는 같은 체중을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갖고 있어 무리하게 체중을 감량하면 그만큼 근력과 기초 대사량도 떨어질 수 있다"라며 "현재 자신의 생활패턴에서 실천 가능한 식이요법과 지속할 수 있는 운동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가장 쉬운 예로는 식사 세끼를 다 챙겨 먹으면서도 밥은 반공기로 탄수화물을 줄이고 두부나 닭 등 단백질을 충분히 보충해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택시보다는 대중교통을, 지하철에서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계단을 활용하는 것 등도 쉽게 이행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주변에서 비만인을 돕는 방법은 관심을 끊는 것이다. 비만인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나 '건강을 생각해서' 해준다는 불필요한 조언은 오히려 이들의 체중감량을 망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연구 결과 비만한 사람들은 비만 자체보다 평소 듣는 조롱, 평가, 불필요한 조언들에 더 심리적인 타격을 입는다. 이럴 경우 우울증, 불안장애에 쉽게 노출되고 자존감도 떨어진다. 상처가 크면 의사를 찾거나 헬스장을 찾는 등 건강개선을 위한 행동에도 소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비만인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은 신체에도 악영향을 준다. 체중과 관련돼 차별받은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조 대표원장은 "코르티솔은 많이 분비될수록 식욕이 증가되는데, 이때 건강한 식단이 아닌 자극적이고 기름지며, 달콤한 음식을 찾게 된다"라며 "결국 식욕이 높아지고 체중증가로 이어지며 악순환이 지속 된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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