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코인 옥석가리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암호화폐 상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상장폐지 제도를 적극 활용해 부실 코인 퇴출에 나서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코인원은 지난 14일 암호화폐 투자 유의종목을 공지했다. 코인원이 암호화폐 유의종목 지정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암호화폐는 스트리머(DATA), 엔진코인(ENJ), 베이직어텐션토큰(BAT), 카이버(KNC), 제로엑스(ZRX), 어거(REP), 쎄타토큰(THETA), 쎄타퓨엘(TFUEL) 등 8개로 최소한의 거래량 미달에 따른 시세조작 위험성 증가가 이유다. 코인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유동성이 워낙 부족한 암호화폐들로 시세조작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며 "거래량 부족은 프로젝트 쪽에서도 개발이 부족하거나 이슈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코인원에 따르면 이들 암호화폐는 2주 동안의 유예기간을 거쳐 개선의 여지가 없을 경우 폐지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또한 상장폐지가 확정되면 해당 암호화폐 보유자는 추가로 주어지는 2주 동안 다른 거래소 지갑 등으로 암호화폐를 옮겨야 한다.
빗썸 또한 거래소 오픈 이후 처음으로 투자 유의종목 암호화폐를 지정해 지난 10일 알렸다. 롬(ROM), 디에이씨씨(DACC), 아모코인(AMO) 등 3개다. 유의종목 지정과 관련 빗썸 측은 로드맵에 따른 프로젝트 개발 미비 등이 이유라고 밝혔다. 빗썸에 따르면 이들 암호화폐는 지정일로부터 30일 동안 유의종목으로 지정되며, 투자유의 지정 여부 결정을 위한 추가조사 필요성 등에 따라 15일 이내로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유예기간 동안 유의종목 지정 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상장폐지에 돌입한다.
업비트는 빗썸, 코인원보다 앞서 적극적인 상장폐지 제도를 시행 중이다. 지난해 2월 공개한 자체 거래지원 종료 정책에 따라 운영 중인데, 암호화폐가 자금세탁방지 등 관련 법령 위반, 시세 조종 등 부당거래행위에 이용 등에 해당하는 경우 해당 암호화폐에 대한 거래지원을 종료하고 있다.
후오비 코리아는 현재 일정 기준에 부합한 프로젝트를 걸러내 투자자에게 경고하는 ST(Special Treatment, 투자유의종목) 제도를 운영 중이다. 지난달 상장폐지 기준을 공개하며 ST 제도를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CDC가 락업된 토큰의 총량이 백서에 기재된 것과 일치하지 않아 상장 폐지됐다.
당분간 프로젝트 상장보다 부실 암호화폐 정리 쪽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 국면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빗썸의 경우 지난해 57개의 암호화폐가 상장됐으나, 올해는 10월 현재 30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프로젝트 상장보다 부실 암호화폐 걸러내기 작업이 본격화되는 국면"이라며 "전통 금융권에 준하는 기준을 요구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권고안에 이어 업계 자정작용이 이뤄지고 있어 상장폐지되는 코인들이 다수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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