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이동통신사와 종합유선방송(SO) 간 인수합병(M&A)이 조건부승인으로 결론이 나면서 유료방송 업계는 입장차가 미묘하게 갈렸다. 이번 M&A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게 된 진영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하며, 경쟁 활성화를 기대하는 반면 남아있는 SO들은 유료방송의 기축이 이통사로 이동, SO의 가입자 이탈 등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0일 SK텔레콤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감안한 공정위의 전향적 판단을 존중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인허가 승인 취득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SK브로드밴드 티브로드 합병법인은 인터넷(IP)TV와 케이블TV의 성장을 도모하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협력 기업과 상생함으로써 국내 미디어 생태계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도 "공정위 결정을 존중하며, 조치사항에 대해서는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며 "소비자 선택권 확대뿐만 아니라 투자 촉진 및 일자리 안정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발표했다.
SK브로드밴드 모델이 자사 IPTV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M&A를 통해 산업 생태계 투자를 활성화해 유료방송 시장 자체를 키우겠다는 게 이들 기업의 공통 입장이다. 기업의 성장을 통해 이용자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콘텐츠 투자 활성화 등 동력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번 M&A로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KT그룹(KT+KT스카이라이프) 31.07%, LG유플러스와 CJ헬로 24.54%,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23.92%로 변화한다.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운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KT에 대적, 경쟁이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통사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위한 동력이 마련됐고, 경쟁은 더 활성화될 것"이라며 "경쟁 효과가 기업의 성장뿐 아니라 이용자에게도 돌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LG유플러스와 CJ헬로는 알뜰폰 시장에서도 경쟁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알뜰폰 1위인 CJ헬로가 LG유플러스에 인수되면 독행기업 소멸에 따른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CJ헬로는 "2016년 이후 CJ헬로 알뜰폰 점유율과 매출 증가율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독행기업 논란이 제외된 것에 대해 의미있게 생각한다"며 "알뜰폰 시장 경쟁이 활성화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CJ헬로 모델들이 자사 방송 플랫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CJ헬로
반면 M&A 대상이 아닌 SO들은 1·2위 SO들의 인수합병으로 SO 산업자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특히 이번 조건부 승인에서 교차판매 금지 조항이 빠지면서 이통시장 지배력이 유료방송 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차판매 금지는 기업 결합이 이뤄졌다고 해도 IPTV 판매망에서 SO 상품을 팔지 못하게 하고, SO 판매망에서도 IPTV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조건이다. SO업계 관계자는 "교차판매 금지가 빠지면서 SO 가입자 이탈로 SO시장 볼륨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며 "홈초이스를 통한 주문형비디오(VOD) 공동구매, 지역방송 마케팅을 위한 공동광고 등을 SO단에서 진행해왔지만 이를 수행할 동력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SO 허브 역할인 셋톱박스의 경우도 공동으로 최저단위 구매를 해왔는데 같이 대응하기 어려워지는 측면이 생긴다"며 "3년간 시정조치가 이뤄졌다면 산업 자체 체질 개선을 위한 시간이 될 수 있었는데 이 기회마저도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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