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이 19일 자녀를 포함한 친인척 채용·입시비리가 밝혀지면 공천에서 완전히 배제한다는 내용이 담긴 '청년 정책'을 발표했다. 최근 공정성 이슈와 관련해 한국당이 솔선수범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비리 범죄를 규명할 근거 법안은 아직 국회 계류 중이어서 보여주기식 정책 발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 홍대 한 카페에서 열린 '청년 정책 비전 발표회'에서 "채용비리, 입시비리에 연루된 사람은 아예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겠다"며 "당 윤리위원회 규정에 채용비리 범죄를 명시하고, 자녀 등 친인척의 채용비리, 입시비리가 밝혀지면 당 공천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한 카페에서 청년정책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 대표가 친인척 채용·입시비리가 밝혀지면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직접 발표한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입시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 국회의원 자녀를 전수조사 한다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현재 관련 법안 논의는 답보 상태다. 국회 교육위원회에 계류된 채 여야간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여야 모두 국회의원·고위공직자 자녀 입시 특혜에 대한 진실 규명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조사 대상과 시기, 조사위 활동기간, 조사위 구성, 임명권자 등 각론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음달 10일 20대 정기국회가 종료되면 이후 여야 모두 마음은 이미 총선에 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황 대표도 "청년들의 피와 땀을 가로채는 채용비리, 입시비리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채용비리 처벌 관련 개정안을 중점 처리하고 '채용비리 처벌에 관한 특별법'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고용세습의 온상으로 악용되고 있는 공기업·공공기관 충원 제도 역시 확실히 뜯어 고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한 카페에서 청년정책비전을 발표한 뒤 토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 대표는 이외에도 국가장학금 규모 1조원 증액과 청년기본법의 국회 통과, 청년 1인 가구 위한 핀셋 정책 강화 등을 약속했다. 황 대표는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국가장학금 규모를 1조원 증액해 공정한 경쟁 기회를 보장하겠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장학금 수혜 의혹을 겨냥하기도 했다.
아울러 "청년들의 취향과 트렌드는 변하는데 청년 정책은 늘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과 트렌드에 맞는 맞춤형 청년 정책을 하나씩 꼼꼼히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기성세대가 아닌 청년들의 시각에서 '청년 취향 저격 정책'으로 주거 등 청년 문제 해결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황 대표는 청년기본법 처리도 약속했다. 한국당은 20대 국회 첫 날 1호 당론 법안으로 청년기본법을 제출한 바 있다.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핀셋 정책을 대폭 강화하고, 청년을 위한 코리빙, 코워킹 공간도 확대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청년기본법이 통과되면 청년의 권리와 가치 실현을 위한 정책 수립이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로 규정되고 청년들의 자립과 창의를 지원하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한 카페에서 청년정책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 대표는 노동 개혁으로 청년 일자리를 확보하겠다고도 밝혔다. 황 대표는 "노동 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해 청년들에게 일자리가 돌아가게 하겠다"며 "연령과 직급이 아니라 능력과 성과가 존중받는 인사·근로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청년들 사이에 선배나 상사들이 성과를 가로채는 것을 '빨대를 꽂았다'고 표현한다"며 "국가 정책에서도 청년세대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이 쏟아진다"고 비판했다.
이날 제시된 한국당의 청년 정책 비전은 내년 총선용 청년 공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한국당은 경제 대안 정책인 민부론과 외교안보 대안 정책인 민평론, 교육 대안 정책 등을 발표한 바 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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