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한때 고성장을 이어가던 국내 패션업계가 10년 가까이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외 명품 브랜드와 가성비를 내세운 저렴한 SPA 브랜드 만이 일부 선전하고 있을 뿐, 국내 여성복·남성복 등은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패션시장은 사실상 성장이 멈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섬유산업협회에 따르면 최근 3년(2016~2019) 간 국내 패션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0.9%에 그쳤다. 2011년부터 2016년에 3.8%, 2005년부터 2010년 11%의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치다.
국내 패션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섰다.
대표 패션기업 삼성물산, LF 등의 실적도 하락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3분기 매출 37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줄었으며 150억원 영업손실도 기록했다. LF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 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3% 감소한 어닝쇼크에 가까운 실적을 내놨다.
글로벌 통계와 비교하면 국내 패션 시장이 둔화됐다는 점은 더욱 명백해진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17 세계 패션시장 규모는 1조3558억달러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도 1조4181억달러를 기록하며 4.6% 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내 패션시장은 2017년 252억1090만 달러, 지난해 255억7820만달러로 각각 1.5%, 1.4% 증가에 그쳤다.
소매 업태인 패션시장은 경제가 침체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둔화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소비 양극화 추세가 이어지며 전체적인 구매단가가 낮아진 점도 국내 패션업계 불황을 심화시켰다. 이유순 패션인트렌드 이사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빈도수(구매율)는 높아졌으나 수중에 들고 있는 돈이 적다보니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고, 한 번에 구매하는 개수가 줄어들었다"라며 "패션 기업들은 재고가 남아 할인을 많이 하게 되고 결국 구매 단가가 낮아지며 패션시장의 성장이 둔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매되고 있는 방한 의류들. 사진/뉴시스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부진함과 온라인의 성장도 패션업계에 영향을 미쳤다. 유통업 전반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지속되며 구매 단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뷰티·패션 부문 수석연구원은 "국내 의류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으며 SPA 브랜드 강세와 인터넷 판매량 증가로 단가 하락이 지속돼 성장 모멘텀이 크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그나마 강세를 보이는 SPA 시장도 패션시장의 성장을 담보해줄 수 없다. 가격경쟁력을 최우선시하는 마트 SPA는 성장이 정체되거나 롯데마트 '테'의 경우 올해 안에 사업을 철수한다. 포에버21은 결국 파산신청에 들어갔으며 인디텍스그룹 버쉬카 역시 국내 사업 축소에 들어갔다.
패션업계에서는 당분간 부진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민간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고 투자와 수출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성장률 중 민간 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2.8%, 올해 2.5%, 내년 2.5%로 전망된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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