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기아자동차 ‘셀토스’ 등 일부 차종의 대기기간이 길어지면서 고객들이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증산에 나섰지만 해외 수출 물량도 늘면서 적체 현상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26일 현대차 대리점,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팰리세이드를 계약하면 최소 8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대리점 관계자는 “차량의 트림이나 색상, 옵션과 관계 없이 8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면서 “자칫 1년 이상도 소요될 수 있어 되도록 팰리세이드 계약은 받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팰리세이드는 지난해 12월 출시 후 가격 대비 높은 상품성으로 계약주문이 폭주했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4월부터 팰리세이드 생산량을 월 6000대에서 8600대로 늘렸는데, 그래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8월부터 월 1만3000대 수준으로 확대했다.
팰리세이드는 출고 대기기간이 최소 8개월에 달한다. 사진/현대차
하지만 팰리세이드가 6월 미국 진출 이후 7월부터 4000~5000대가량 판매되는 등 해외 물량 배정으로 국내 적체는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2만명 이상의 고객이 다른 차량으로 이탈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셀토스도 출시 이후 인기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대기 기간은 대략 3개월 정도다. 옵션으로 투톤 루프를 선택하면 그 이상 걸린다. 셀토스는 8월부터 10월까지 월 5500~6100대가 판매되면서 쌍용자동차 ‘티볼리’, 현대차 ‘베뉴’, ‘코나’ 등을 제치고 소형 SUV 분야 1위를 달리고 있다.
기아차는 셀토스 출시 초기 광주1공장에서 월 3000대 생산했지만 물량 부족으로 월 6000대로 늘렸다. 하지만 셀토스가 미국 LA오토쇼, 중국 광저우 국제모터쇼 등에 공개되고 해외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생산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아차 대리점 관계자는 “지금 셀토스를 계약하면 올해 안으로 차량 인수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기아차 셀토스 모습. 사진/기아차
이에 따라 현대차 ‘더 뉴 그랜저’나 기아차 신형 ‘K5’ 등의 사전계약에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더 뉴 그랜저는 영업일 기준 사전계약 3만2179대로 국내 최다 기록을 세웠다. 신형 K5는 지난 21일 사전계약에 돌입해 사흘 만에 1만28대로 1만대를 넘겼다. 더 뉴 그랜저는 아산공장에서 월 8000대가 생산되는데 사전계약 이탈 고객 등을 감안하면 대기 기간은 3개월 정도로 예측된다.
출고가 지연되고 해가 넘어가면서 개별소비세 부담도 거론된다. 현재 자동차 구매에 붙는 개별소비세는 기존 5%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3.5%로 한시적으로 인하됐고 오는 12월31일까지 적용된다. 내년에 출고되고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고객들은 차량 가격의 1.5%를 더 부담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팰리세이드의 경우 출시 전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출고 대기기간이 길어지고 고객 불만이 쌓이고 있다”면서 “자칫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팰리세이드 학습효과로 최근 신차 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사전계약에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면서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 쌍용차의 신차 라인업이 사실상 부재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장재훈 현대차 부사장이 지난 19일 출시행사에서 사전계액 대수 등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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