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전세를 놓으려는 집주인 A씨는 부동산중개업소로부터 주변 아파트 전셋값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안받았다. 거래소는 그 가격이 아니면 거래가 안 된다며 낮출 것을 권했다. 실제 해당 아파트는 주변 아파트보다 시세가 낮은 편이었다. 입지가 비슷한데도 가격차가 큰 것에 A씨는 불만이다. 집주인 B씨는 세입자로부터 보증금을 낮춰달라고 요구받았다. 중개소가 같은 아파트 내 가격이 더 낮은 매물을 추천했다는 이유였다. 해당 아파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전셋값을 두고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중개소가 거래 건수를 늘리기 위해 일부러 가격을 누르는 게 아니냐는 의심에서다. 이에 급하지 않은 매물을 거두거나 부동산이 아닌 온라인을 통한 직거래를 시도하는 등 대응하기로 했다.
서울에서는 과도한 웃돈을 붙인 호가로 허위매물 논란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수도권에서는 이처럼 ‘부동산 가두리’ 영업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가두리는 인근 부동산중개소들이 거래가 활발하도록 가격 상한선을 정해 놓고 담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세보다 낮은 허위매물도 부동산 가두리에 속한다.
최근 동탄이나 용인 등 일부 지역 아파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같은 가두리 영업에 대한 불만이 눈에 띈다. 이 지역 시세가 대체로 오름세이지만 역내에서도 가격이 오르지 못한 단지들이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에서는 집주인이 외지에 살면서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이 허위매물로 이용된다며 정보를 공유했다. 단지 내에는 허위매물 단속을 위한 플래카드가 걸렸다.
근본적으로 부동산중개소들이 같은 매물을 공유하는 방식이 담합에 대한 의심을 낳고 있다. 중개소가 거래 유인을 위해 ‘미끼매물’을 올리는 것도 시장에선 다반사다. 이 때문에 공급자 입장에선 몇몇 중개소가 담합해 가격 상한선을 정해놨을 것이란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내년 8월부터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이런 허위매물을 올리거나 과장광고를 한 경우 500만원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는 이와 병행해 허위매물 단속에도 나설 예정이다. 그런데 가두리의 경우 정부가 단속할 시 거꾸로 시세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딜레마가 생긴다.
하지만 가두리는 전셋값을 누르고 매매가도 억제시켜 수요자에 유리한 것처럼 비치지만 역효과가 있다. 공급자들이 매물을 거두며 품귀 현상이 나타나는 사례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이같은 집단행동이 어렵지 않게 됐다.
정부의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으로 중개소는 일감이 부족한 형편이다. 부동산 중개 어플리케이션이나 온라인 직거래가 늘어나 일감이 줄어드는 구조적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공급자 측에선 서울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교통망 개발 호재가 부각된 지역과 그 외 지역간 가격차가 벌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생길 수 있다. 즉, 중개소는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공급자는 가격 불만이 쌓여 양자 갈등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일종의 미끼 매물, 허위 매물 이슈는 계속 있어 왔다”라며 “어느 수준까지는 영업전략으로 볼 수 있지만 과하거나 집단적 담합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보다 얼마나 두드러지고 집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중개소에 붙여진 매물 전단지(사진 속 중개소는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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